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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뇌졸중, 왜 유독 위험해질까

  •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 8월 29일
  • 3분 분량

찬바람이 매섭게 부는 날이면 병원 응급실에 뇌졸중 환자가 늘어난다. 원장으로서 매년 이맘때 반복해 확인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정작 환자와 보호자에게 물어보면 '얼마나 추운가'만 걱정할 뿐, '얼마나 갑자기 추워지는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겨울과 뇌졸중, 무슨 관계가 있을까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뇌경색 비중이 점차 늘고 있지만, 여전히 서구권보다 뇌출혈 발생 빈도가 높은 편이다. 건강보험 자료를 보면 최근 몇 년 사이 뇌혈관질환과 뇌졸중 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고, 특히 80세 이상 고령층에서 증가폭이 두드러진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 중에는 '작년 겨울에도 별일 없었는데 왜 이번엔 쓰러졌을까'라고 묻는 보호자가 많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겨울철 뇌졸중 위험이 단순히 '추워서'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기존 관리의 한계 — 만성 관리만으로는 부족하다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같은 만성 위험인자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은 뇌졸중 예방의 기본이다. 그런데 이런 만성 관리는 대개 장기적인 수치 조절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겨울철처럼 짧은 기간 안에 기온이 급격히 오르내리는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 지침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고령 환자는 여기에 한 가지 취약점이 더해진다. 체온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추위나 갈증을 느끼는 감각 자체가 둔해지는 경우가 많다. 몸이 위험 신호를 제대로 보내지 못하니, 환자 스스로 대비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새로운 연구가 말하는 것 — 추위보다 '변화'가 문제

여러 연구를 종합해 보면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지점이 있다. 절대적인 추위보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일교차가 클 때 뇌졸중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하루 사이 기온이 크게 떨어질 때 뇌졸중 발생이 늘었다고 보고했고, 미국의 대규모 입원 자료 분석에서도 평균 기온이 낮을 때뿐 아니라 기온 변동 폭이 클 때 허혈성 뇌졸중이 더 자주 발생했다고 확인됐다.

중국에서 10년간 진행된 코호트 연구도 비슷한 결론을 냈다. 기온 변동성이 커질수록 심박수, 혈중 콜레스테롤, 혈압, 혈액 응고 관련 지표가 함께 흔들리면서 혈전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남성, 65세 이하, 고혈압·이상지질혈증이 있는 사람들이 이런 온도 변화에 더 취약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임상 메모. 진료 현장에서는 '오늘 날씨가 얼마나 추운가'보다 '어제와 오늘 기온 차이가 얼마나 큰가'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더 실질적인 위험 신호가 된다.

구체적으로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우리 몸은 체온을 지키기 위해 말초혈관을 수축시킨다. 이 과정에서 혈압이 오르고,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며, 혈소판 수와 혈액 점도까지 함께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혈액이 걸쭉해지면 혈전이 생기기 쉬운 조건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연말연시가 겹치는 시기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과식, 과음, 스트레스, 활동량 감소가 함께 찾아오면서 혈압과 혈당 관리가 흐트러지기 쉽다. 다만 냉기 노출이 뇌출혈을 직접 유발하는 기전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고, 관찰 시점 사이에 시차가 있다는 점에서 '추위가 곧 뇌출혈'이라는 단순한 인과관계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함께 짚어야 한다.

  • 새벽이나 이른 아침, 갑작스러운 실외 노출을 피한다

  • 목욕탕이나 사우나 출입 시 온도 변화에 서서히 적응한다

  • 고혈압·당뇨·심장질환이 있다면 겨울철 야외 운동보다 실내 운동을 우선한다

  • 평소보다 혈압 측정 빈도를 늘리고 이상 수치가 보이면 빠르게 진료를 받는다

여름도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바로잡아야 한다. '겨울만 조심하면 된다'는 인식이다. 최근 연구들은 극심한 더위 역시 뇌경색과 뇌출혈로 인한 사망 위험을 높인다고 보고하고 있다. 뇌혈관이 이미 좁아져 있는 환자는 여름철 탈수와 혈압 저하가 겹치면 뇌로 가는 혈류가 줄면서 뇌경색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평균 발생 건수는 겨울보다 적을 수 있지만, 고위험 환자에게 여름이 결코 안전한 계절은 아니라는 뜻이다.

임상적 의미 — 계절보다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겨울인가 여름인가'가 아니라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이 온도 변화에 얼마나 노출되는가다. 진료 현장에서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두 가지를 함께 안내한다. 하나는 평소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관리를 계절과 무관하게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안면마비, 팔다리 힘 빠짐, 언어장애 같은 뇌졸중 초기 증상을 계절과 상관없이 즉시 알아차리는 것이다.

겨울철 뇌졸중 위험이 실제로 높아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 원인을 '추위'라는 한 단어로 단순화하면 오히려 다른 계절의 위험을 놓치게 된다. 온도 변화라는 큰 틀에서 몸을 살피는 습관이 더 안전한 겨울나기의 시작이다.

로뎀요양병원이 함께 지켜보는 이유

로뎀요양병원에서는 겨울철이 되면 입원 환자들의 혈압 변화와 실내외 이동 동선을 조금 더 세심하게 살핀다. 급격한 온도차에 노출되지 않도록 실내 환경을 관리하고,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들의 컨디션 변화를 매일 확인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계절이 주는 위험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작은 관찰과 준비가 쌓이면 그만큼 안전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뇌졸중을 겪었거나 위험인자를 가진 가족을 돌보고 있다면, 계절이 바뀌는 지금이 다시 한번 몸 상태를 점검해볼 좋은 시점이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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