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후 운전, 몇 주 지나면 괜찮을까
-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 8월 24일
- 3분 분량
진료실에서 뇌졸중 환자와 보호자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제 운전해도 되느냐'다. 많은 사람이 몇 주, 몇 개월이라는 숫자를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손상 부위와 남은 후유증에 따라 답이 완전히 달라진다.
운전, 생각보다 복잡한 기능이다
운전은 단순히 팔다리를 움직이는 동작이 아니다. 도로 상황을 보고 판단하고, 위험을 예측해 즉시 반응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정이다. 뇌졸중은 뇌로 가는 혈액과 산소 공급이 줄어들면서 발생하는데, 손상된 위치에 따라 시각·인지·신체 기능에 다양한 변화가 생긴다.
뇌졸중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시각적 주의력이 떨어지거나, 거리 판단이 어려워지거나, 반응 속도가 느려지거나,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운전대를 잡았을 때 그대로 위험 요인이 된다. 마비나 편측무시, 시야 결손, 판단력 저하가 있는 환자라면 운전 능력이 회복 전과 같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몇 주 후면 괜찮다'는 답이 없는 이유
실제로 여러 나라의 임상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권고 기간이 제각각이다. 호주, 캐나다, 영국 등의 지침은 뇌졸중 발병 후 최소 4주간 운전을 미루도록 권고한다. 반면 일부 국가는 뇌가 충분히 회복될 시간을 갖도록 최소 6개월을 기다릴 것을 권한다. 4주와 6개월 사이의 큰 차이는 그만큼 뇌졸중 후 운전 적합성을 판정하는 절대적 기준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내에도 뇌졸중에 특화된 통일된 운전 재개 지침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진료 현장에서는 환자 개개인의 회복 정도와 남은 후유증을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언제부터'라는 시기보다 '지금 이 사람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상태인가'를 확인하는 것이 더 정확한 접근이다.
임상 메모. 환자들은 정해진 대기 기간을 궁금해하지만, 실제로는 시야 결손이나 실행기능 저하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후유증이 운전 안전성에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시기보다 기능 평가가 우선이다.
운전 재활 훈련,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다
운전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뮬레이터 훈련 같은 재활 중재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코크란 체계적 문헌고찰에서 뇌졸중 환자 245명을 대상으로 한 4건의 연구를 분석한 결과, 이런 중재가 중재를 받지 않은 경우보다 뚜렷하게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 연구에서 시뮬레이터 훈련 직후 도로 표지판 인식 성적이 개선된 정도가 관찰되었을 뿐, 이 결과 역시 단일 연구에서 나온 결론이라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
그렇다고 재활 훈련이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훈련만 받으면 운전 능력이 확실히 돌아온다'는 식의 과장된 기대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재활은 회복을 돕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 안전 운전을 보장하는 절대적 수단은 아니다.
정작 놓치기 쉬운 것, 수시적성검사
일본의 한 코호트 연구는 여러 나라의 가이드라인이 뇌졸중 직후 운전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데도 일부 환자가 발병 후 한 달 이내에 운전을 재개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진료 현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종종 본다. 몸이 어느 정도 움직이면 성급하게 운전대를 다시 잡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환자와 보호자가 꼭 알아야 할 제도적인 부분이 있다. 국내에서는 뇌졸중으로 마비 등 신체장애가 새로 생긴 경우, 정기적성검사 시기와 무관하게 법적으로 '수시적성검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검사에 불합격하거나 정해진 기간 안에 받지 않으면 운전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검사 연기를 받은 사람도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3개월 안에는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부분을 모른 채 지나가는 환자와 보호자가 의외로 많다.
뇌졸중 후 시야 결손, 편측무시, 판단력 저하 등이 남았다면 운전 재개 전 전문적 평가가 필요하다
신체장애가 새로 생겼다면 수시적성검사 대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재활 훈련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효과를 보장하는 확실한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담당 의료진과 운전 가능 여부, 필요한 경우 차량 개조까지 함께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서두르지 않는 태도다
뇌졸중 이후 운전은 환자의 일상 복귀를 상징하는 일이라 조급해지기 쉽다. 하지만 안전 운전은 본인뿐 아니라 도로 위 다른 사람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시기를 정해놓고 그날만 기다리기보다, 남은 후유증을 정확히 확인하고 필요한 평가와 제도적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가는 것이 결국 더 빠른 길이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뇌졸중 환자의 신체 기능과 인지 기능을 함께 살피며 회복 단계에 맞는 계획을 세우는 데 힘쓰고 있다. 운전 재개처럼 일상으로 돌아가는 크고 작은 결정들도, 조급함보다는 정확한 평가와 꾸준한 재활을 바탕으로 한 걸음씩 준비해 나간다면 분명 더 안전하게 그 길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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