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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후 성기능 저하, 왜 말하기 어려울까

  •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 8월 24일
  • 3분 분량

뇌졸중 재활 외래를 오래 하다 보면 환자가 끝까지 묻지 못하고 돌아가는 질문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보행이나 언어 회복은 스스럼없이 묻지만, 성생활에 대해서는 진료실 문을 나서면서도 입을 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뇌졸중 생존자가 겪고 있는, 결코 드문 고민이 아니다.

흔하지만 아무도 먼저 묻지 않는 문제

최근 진료실에서 만난 한 보호자는 남편의 뇌졸중 재활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 조심스럽게 성생활에 대해 물었다. 재발이 걱정돼서 부부관계를 아예 피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환자와 가족은 생각보다 많다.

뇌졸중 후 성기능 장애는 국제 학계에서도 뇌졸중 생존자의 절반 정도가 어느 정도 경험한다고 보고되는, 흔한 후유증 중 하나다. 여성 환자에서는 성기능 장애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고, 절정감 장애나 윤활 곤란처럼 구체적인 어려움을 겪는 비율도 낮지 않다는 보고가 있다. 다만 이런 수치는 연구 대상과 정의에 따라 편차가 크므로,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단순한 발기부전이 아니라 여러 원인이 겹친 문제

뇌졸중 후 성기능 저하는 단일한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편마비, 경직, 감각이상, 실어증 같은 신체적 후유증이 직접적인 장벽이 되기도 하고, 자율신경계나 신경내분비 기능의 변화가 관여하기도 한다. 실제 배우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편마비, 경직, 감각장애, 실어증이 성생활 중단의 주된 이유로 꼽혔다.

여기에 심리적 요인이 더해진다. 자존감의 변화,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자각, 파트너에게 의존하게 됐다는 부담감, 그리고 무엇보다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환자와 배우자 모두를 성생활에서 소극적으로 만든다. 신체 기능이 어느 정도 회복됐는데도 정작 성생활은 재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상 메모. 성기능 저하는 신체적 마비나 감각 문제뿐 아니라, 재발 공포와 파트너 관계 변화 같은 심리적 요인이 겹쳐 나타나는 다인성 문제다. 어느 한 가지 원인만 짚어내려 하면 실제 어려움을 놓치기 쉽다.

재활 현장에서 오랫동안 비어 있던 자리

이상하게도 이 문제는 뇌졸중 재활 과정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보행, 언어, 인지 재활은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반면, 성기능 문제는 환자도 먼저 꺼내기 어려워하고 의료진도 먼저 묻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발표된 여러 리뷰에서도 뇌졸중 후 흔한 증상임에도 의료 현장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치료 근거 자체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관련 리뷰들은 뇌졸중 후 성 문제에 대한 재활적 개입의 고품질 근거가 부족하며, 장기적으로 설계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신속한 평가와 시의적절한 상담이 중요하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강조된다.

재발 걱정, 근거 없는 통념일 수 있다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성관계로 인한 뇌졸중 재발이다. 하지만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같은 기저 위험요소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면, 성관계 자체가 재발 위험을 높인다는 근거는 확립돼 있지 않다. 다만 이는 개별 환자의 심혈관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므로, 담당의와 직접 상의해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편마비가 있다면 마비된 쪽으로 눕는 체위로 경직을 줄이고 정상 측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 실어증이 있는 경우 비언어적인 애무나 접촉으로 의사소통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 발기부전 치료제는 뇌졸중 발생 시점, 병용 약물, 심혈관 상태에 따라 금기 사항이 있어 자가 판단으로 복용하지 않아야 한다

임상 메모. 질산염 제제를 복용 중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발기부전 치료제를 함께 쓰면 안 된다. 급성기 뇌졸중 이후 일정 기간 내에도 사용에 주의가 필요한 만큼, 반드시 담당의와 먼저 상의해야 한다.

먼저 물어봐야 회복이 시작된다

성기능 문제는 환자가 먼저 말을 꺼내기 어려운 만큼, 의료진이 먼저 물어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신경과, 재활의학과, 비뇨기과, 필요하다면 심리상담까지 아우르는 다학제적 접근이 이상적이라는 제안도 있다. 무엇보다 이 문제를 '숨겨야 할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뇌졸중 재활 과정에서 흔히 겪는 후유증 중 하나로 다루는 인식의 전환이 먼저 필요하다.

물론 이 영역은 완전히 해결된다고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신체 기능과 심리 상태, 부부관계가 함께 얽혀 있는 만큼, 조급하게 결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적응해 나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현실적이다.

로뎀요양병원에서 이어가는 관리

로뎀요양병원에서는 뇌졸중 후 신체 재활뿐 아니라, 환자가 말하기 어려워하는 이런 고민까지 함께 살피려 노력하고 있다. 보행이나 언어처럼 눈에 보이는 회복만이 재활의 전부는 아니다. 환자와 가족이 삼가왔던 질문을 편하게 꺼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온전한 회복으로 가는 또 하나의 길이라고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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