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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후 AFO 보조기, 언제부터 껴야 할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28일
3분 분량

회진 중 보호자가 자주 묻는 질문이 있다. '발이 자꾸 걸리는데 지금 보조기를 껴도 되나요, 아니면 더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이 질문에는 정답이 하나로 딱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 쌓인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방향은 잡을 수 있다.

발이 처지는 이유부터 짚어보자

뇌졸중 이후 마비측 다리에서 흔히 관찰되는 증상 중 하나가 발처짐(foot drop)이다. 발등을 위로 들어 올리는 근육, 특히 앞정강근의 힘이 떨어지면서 걷는 중 발끝이 바닥에 끌리는 현상이다. 발병 후 3주 정도가 지나면서 마비측 다리에 경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점에,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끝이 걸리고 이를 피하려고 엉덩관절을 과하게 들어 올리는 걸음걸이(치마 보행)를 보이는 환자를 자주 만난다. 이런 보행 패턴은 낙상 위험을 키우기 때문에 진료실에서는 이 시점을 특히 주의 깊게 본다.

이때 사용하는 장치가 AFO, 즉 발목보조기다. 발과 발목을 감싸 관절 움직임과 정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며, 대부분 가벼운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한다. 문제는 '언제부터 착용해야 하느냐'다.

기존 접근의 한계, 맞춤 제작과 시간의 간극

이상적으로는 보조기 제작자가 환자 개개인의 발 모양과 마비 정도에 맞춰 만든 AFO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발병 초기, 재활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시기에 맞춤 제작 AFO를 적절한 시간 안에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치료사가 하루 안에 만들 수 있는 임시 캐스트 형태의 보조기가 연구되기도 했을 정도로, '기다림'은 재활 현장에서 실제로 부딪히는 문제다.

제도적인 측면도 걸림돌이 된다. 건강보험의 보조기 급여는 장애인 등록을 전제로 하고, 동일 보조기는 내구연한 안에서 1인당 1회만 지급되는 구조다. 뇌졸중 발병 직후에는 아직 장애 등록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급성기에 곧바로 급여 지원을 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 부분은 환자마다 상황이 달라 담당 의료진이나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조기 착용과 지연 착용, 연구는 어떻게 말하는가

이 질문에 비교적 직접적으로 답을 준 연구가 있다. 아급성 뇌졸중 편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발병 후 1주 무렵 AFO를 조기에 제공한 그룹과 8주를 기다린 뒤 제공한 그룹을 비교한 무작위 대조 연구다. 결과를 보면 조기 제공군에서 균형 능력(Berg Balance Scale)과 일상생활동작 지표(Barthel Index)가 더 크게 개선됐다. 10미터 보행 속도나 일어나 걷기 검사에서도 개선되는 경향은 보였지만, 이 부분은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라 보기는 어려웠다.

다만 이 차이는 영구적이지 않았다. 같은 연구팀이 6개월 뒤 다시 추적한 결과, 조기군과 지연군 사이의 차이는 사라졌다. 즉 조기 제공군이 4~10주가량 더 빨리 더 높은 균형 수준에 도달하는 경향은 있었지만, 6개월이라는 긴 호흡에서 보면 두 그룹의 최종 도달점은 비슷해졌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코호트를 대상으로 한 보행 분석 하위 연구에서는 다른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AFO 착용 자체는 발목 각도, 걸음 속도(케이던스), 활보 시간, 지지 시간 등 여러 보행 지표를 유의하게 개선시켰지만, '조기냐 지연이냐' 하는 제공 시기 자체는 이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정리하면 'AFO를 쓰는 것 자체는 걷기에 도움이 되지만, 언제 시작했는지는 걷기의 질 자체를 크게 좌우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임상 메모. 조기 착용의 이점을 보고한 핵심 연구는 33명이라는 비교적 적은 인원을 대상으로 했다. 4~10주의 차이는 '임상적으로 의미는 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은' 수준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그래서 '무조건 일찍 껴야 회복이 빠르다'는 식으로 단정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착용을 결정할 때 살펴보는 것들

이런 근거들을 종합하면, 진료실에서는 몇 주째라는 숫자보다 개별 상태를 우선 본다.

  • 발목이 수동으로 중립 위치까지 움직이는지(수동 관절가동범위) 확인한다

  • 경직이 언제부터 나타났는지, 보행 훈련 중 낙상 위험이 실제로 관찰되는지 살펴본다

  • 맞춤 제작 AFO를 기다리는 동안 기성품이나 임시 보조 장치로 보행훈련 공백을 줄일 수 있는지 검토한다

  • 장애 등록 여부와 건강보험 급여 적용 시점을 함께 확인한다

국내에서 축적된 연구들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434명의 뇌졸중 환자 자료를 다룬 국내 메타분석에서는 AFO 사용이 보행속도, 보폭, 균형 능력 등 여러 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또한 국내 임상진료지침에서도 뇌졸중 발병 후 가능한 빠른 시기에 적절한 재활치료와 조기 보행 훈련을 시작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이는 AFO 착용 시점에 대한 직접적 근거는 아니지만 '재활은 가급적 빨리 시작하되, 개별 평가를 통해 방법을 정한다'는 원칙과 일맥상통한다.

임상적 의미와 남는 과제

정리하면 AFO 착용 시점은 이분법으로 답할 문제가 아니다. 발병 6주 이내 조기에 제공해도 안전하며, 발병 후 첫 2~3개월 동안의 회복 속도를 앞당길 가능성은 근거로 확인됐다. 다만 6개월이라는 장기적 시점에서는 시작 시점보다 마비의 중증도, 재활 강도 같은 다른 요인이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AFO는 걷기를 보조하고 개선하는 장치이지, 마비 자체를 되돌리는 치료 수단은 아니라는 사실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몇 주째부터'라는 일률적인 기준이 아니라, 환자의 발목 상태와 보행 양상을 주기적으로 관찰하면서 적절한 시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뇌졸중 환자의 회복 단계마다 발목과 보행 상태를 세심히 살피며,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보조 장치와 훈련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발이 자꾸 걸려 넘어질까 걱정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한 걸음씩 다시 걷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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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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