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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가족력 있으면 나도 위험할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21일
3분 분량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아버지도 뇌졸중이었는데 저도 위험한가요'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족력이 있으면 통계적으로 위험이 올라가는 것은 맞다. 다만 그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따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가족력, 통계로는 분명히 존재하는 신호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위험 요인은 조절할 수 없는 것과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나뉘는데, 과거 뇌졸중 병력, 고령, 남성, 그리고 가족력은 조절 불가능한 요인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가족력이 있는 사람의 비율을 조사한 연구를 보면, 뇌졸중이 없는 사람에서도 37% 정도가 가족력을 가지고 있었고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서는 그 비율이 52%까지 올라갔다. 65만 명 이상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뇌졸중 위험이 약 30%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고, 대만의 환자-대조군 연구에서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약 2.65배 높다는 보고도 있었다.

다만 이 숫자들을 하나의 정답처럼 받아들이면 안 된다. 연구마다 가족력을 정의하는 방식, 대상 집단, 발병 연령 기준이 달라 수치가 크게 다르게 나온다. 형제자매 병력이 더 중요하다는 연구가 있는가 하면, 부모 병력과 형제자매 병력의 영향이 비슷하다는 연구도 있어 이 부분은 아직 학계에서도 결론이 통일되어 있지 않다.

기존 접근의 한계, '가족력 있다 없다'로만 나누면 안 되는 이유

진료 현장에서 가족력은 흔히 '있다' 또는 '없다'는 이분법으로 다뤄진다. 그런데 실제 위험도는 발병 연령이 몇 살이었는지, 몇 촌 관계인지, 가족 중 몇 명이 영향을 받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당뇨 가족력을 다룬 한 통합 분석에서는 영향받은 친족의 수와 촌수를 함께 봐야 실제 위험을 더 정확히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연구에서 1차 친족의 당뇨 병력은 심뇌혈관질환 발생과 별다른 관련이 없었던 반면, 부모의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병력은 위험 증가와 뚜렷하게 연관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즉 '가족력'이라는 말을 뭉뚱그려 쓰면 실제보다 위험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할 수 있다.

또한 뇌졸중은 유전적 요인과 생활습관, 환경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발생하는 다유전자성 질환이다. 이런 복잡성 때문에 현재로서는 유전자 검사나 다중유전자 위험점수만으로 개인의 뇌졸중 위험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임상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가족력이 위험을 높이는 진짜 이유

가족력이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단일 유전자 하나 때문인 경우보다, 고혈압·당뇨·고지혈증·흡연·음주 같은 위험 요인을 가족이 함께 공유하는 생활습관과 식습관에서 물려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집에서 짜게 먹고, 운동을 잘 하지 않고, 흡연을 하는 습관이 세대를 거쳐 이어지면서 혈관이 서서히 변성되고 혈전이 잘 생기는 상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드물지만 특정 유전자가 직접 관여하는 경우도 있다. 카다실은 특정 유전자 변이로 뇌의 작은 혈관이 손상되어 비교적 젊은 나이에 뇌졸중이나 치매가 나타나는 질환이고, 모야모야병은 뇌혈관이 원인 없이 좁아지는 병으로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인에서 유전적 연관성이 높게 보고된다. 그러나 이런 단일 유전자 질환은 전체 뇌졸중 원인 중에서는 소수에 해당한다.

임상 메모.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대부분의 사람이 카다실이나 모야모야병 같은 희귀 유전질환을 먼저 걱정할 필요는 없다. 흔한 가족력은 대개 혈압·혈당·지질 관리 습관의 대물림으로 설명된다.

가족력이 있다면 실제로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갑자기 더 강한 약을 써야 하거나 특별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달라져야 하는 것은 '선별검사와 관리를 시작하는 시점'이다. 특히 1촌 가족 중 조기 뇌졸중, 즉 남성은 55세, 여성은 65세 이전에 뇌졸중을 겪은 사람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이른 나이부터 혈압, 혈당, 지질 검사를 챙길 근거가 된다.

국내 지침에서도 혈압을 140/90mmHg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을 뇌졸중 일차예방의 핵심 권고로 삼고 있으며, 가족력 자체를 별도의 치료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의 조절 가능한 위험 요인 관리를 더 적극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이 국내외 공통된 방향이다. 실제 보건당국의 건강정보에서도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35세 이상부터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 가족력이 있는 경우 우선 확인할 것: 혈압, 공복혈당, 콜레스테린 수치

  • 생활습관에서 먼저 손볼 것: 금연, 절주,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 젊은 나이에 뇌졸중이 발생한 가족이 여러 명일 때: 전문의 상담과 영상검사(MRA 등) 고려

  • 35세 이상이면서 가족력이 있다면: 매년 정기 건강검진 권장

임상적 의미와 함께 생각해볼 점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재활이나 회복 경과 자체가 나빠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하고 싶은 정보다. 재발성 뇌졸중을 다룬 문헌들은 가족력을 조절 불가능한 위험인자로 분류하면서도, 재활 후 장기 기능 회복과는 뚜렷한 관련이 없다고 정리하고 있다. 즉 가족력은 '발생 위험'과 관련된 변수이지, 일단 발생한 뒤의 예후를 결정짓는 변수는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가족력과 뇌졸중 발생 위험의 연관성에 대한 자료 자체가 연구마다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어떤 질환에서는 1차 친족력이 심뇌혈관질환 위험과 뚜렷한 관련을 보이지 않기도 한다. 그러니 가족력 하나만으로 지나치게 불안해하기보다, 그것을 계기로 삼아 조절 가능한 위험 요인을 점검하는 태도가 현실적이다.

로뎀요양병원에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

가족력은 우리에게 미래를 미리 알려주는 통보가 아니라, 조금 더 일찍 관리를 시작하라는 신호에 가깝다. 부모나 형제의 뇌졸중 병력이 있다고 해서 낙담할 이유는 없다. 혈압과 혈당, 지질을 꾸준히 확인하고 금연과 절주, 적절한 운동을 실천하면 그 위험은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들어온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뇌졸중 가족력이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만날 때마다, 두려움보다는 실천 가능한 관리 계획을 함께 세우는 것을 우선한다. 이미 뇌졸중을 겪은 환자의 재활 과정에서도, 그리고 가족력이 있어 예방 상담을 받으러 오는 이들에게도 같은 원칙을 전한다. 가족력은 관리의 이유가 될 수는 있어도, 결과를 미리 정해놓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함께 기억했으면 한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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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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