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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판정과 CJD 말기 상태, 어떻게 다를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10월 13일
3분 분량

CJD로 입원한 환자의 보호자들이 가장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있다. "지금 상태면 뇌사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말을 잃고 눈도 거의 마주치지 못하는 환자를 지켜보다 보면 당연히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생각이다. 하지만 CJD 말기의 혼수 상태와 의학적·법적으로 규정된 뇌사는 서로 다른 개념이다.

CJD는 왜 말기에 혼수 상태에 이르는가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은 정상 프리온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접힌 형태로 바뀌면서 뇌세포를 서서히 파괴하는 질환이다. 이렇게 변형된 프리온은 뇌에 천천히 쌓이고, 충분한 양의 뇌세포가 죽으면 증상이 빠르게 악화된다.

초기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무력감, 집중력 저하, 일시적인 시간과 장소 혼동, 수면습관 변화 같은 애매한 증상으로 시작한다. 이후 비교적 급속히 진행하는 치매 양상이 나타나며 기억력 감퇴, 인격 변화, 언어능력 저하, 환각이 뒤따른다. 여기에 간대성 근경련, 시야 증상이나 소뇌 증상, 추체로 또는 추체외로 증상이 겹쳐지면서 병의 진행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진다.

말기로 갈수록 환자는 걷는 능력과 언어를 차례로 잃고 결국 무동무언증, 혼수 상태에 이른다. 이 시기에 폐렴 같은 감염이 겹치면서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 뇌사를 떠올리는 시점이 바로 이 무렵이다.

겉모습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이유

문제는 CJD의 정확한 단계나 뇌 기능이 어디까지 남아 있는지를 임상 경과만으로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CJD는 병리조직학적 검사, 즉 뇌조직을 직접 확인해야 확진할 수 있는 질환이라, 살아있는 환자의 상태를 겉모습만 보고 '뇌사에 가깝다'거나 '아직 멀었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말기 혼수·무동무언증 상태는 겉보기에 뇌사나 식물인간 상태와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뇌간 기능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환자마다 차이가 크다. CJD 자체에 대해 표준화된 '말기 판정 기준'이 따로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혼란을 키우는 요인이다.

뇌사는 질병 상태가 아니라 법적 절차다

여기서 꼭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뇌사는 의학적 상태이기 이전에, 국내에서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식 절차로만 성립되는 개념이라는 점이다. 뇌사는 전뇌 기능이 비가역적으로 소실된 상태를 말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법적 사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반드시 정해진 선행조건과 판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 원인 질환이 확실하고 회복 가능성이 없는 기질적 뇌병변이 있을 것

  • 자발호흡이 없고 인공호흡기로 호흡이 유지되고 있을 것

  • 약물중독, 대사성·내분비성 장애, 저체온, 쇼크 상태가 아닐 것

  • 신경계 진찰을 2회 시행하고, 30분 이상 평탄뇌파를 확인할 것

  • 이 결과를 토대로 뇌사판정위원회가 최종 판정을 내릴 것

즉 뇌사 판정은 장기 기증을 전제로 작동하는 제도다. 장기 기증을 고려하지 않는 CJD 말기 환자에게는 애초에 이 절차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식물인간 상태와 뇌사, 그리고 CJD 말기

세 가지 상태를 구분해서 이해하면 혼란이 줄어든다.

  • 식물인간 상태: 대뇌 기능은 정지됐지만 뇌간의 생명 중추 기능은 살아있어 자발호흡이 가능하고, 맥박·혈압·체온이 유지된다. 희박하게나마 의식을 회복하는 경우도 보고된다.

  • 뇌사 상태: 대뇌와 뇌간 모두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입어 인지·각성·호흡이 모두 상실된 상태로, 법적 절차를 거쳐야만 확정된다.

  • CJD 말기 혼수: 자발호흡이나 일부 뇌간반사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뇌사 판정의 엄격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상태에 가깝다.

임상 메모. CJD 말기 환자라도 뇌파가 완전히 평탄해지거나 뇌간반사가 전부 소실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말기=뇌사'라는 설명은 가족에게 혼란과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어, 현장에서는 이 둘을 구분해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CJD 말기 환자를 둔 가족이 실제로 마주하는 선택은 뇌사 판정 여부가 아니다. 완화의료, 즉 호스피스적 접근과 연명의료 지속 여부에 대한 결정에 가깝다. 뇌사 판정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기보다, 지금 환자가 어떤 돌봄을 받고 있는지, 통증과 불편감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가족이 어떤 치료 범위까지 동의할지를 의료진과 함께 논의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CJD의 생존 기간이나 사망 연령에 대해 언급되는 수치들은 대부분 일반 질환정보 자료에서 인용된 참고치일 뿐,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법칙은 아니다. 환자마다 진행 속도와 경과가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로뎀요양병원에서 함께 고민하는 이유

로뎀요양병원에서는 CJD처럼 진행 속도가 빠르고 예후를 예측하기 어려운 질환을 겪는 가족들과 자주 마주한다. 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질병 자체보다, 지금 환자의 상태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막막하다는 점이다. 뇌사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 지금 이 순간 환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돕고 가족이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곁에서 설명하고 함께 고민하는 것, 그것이 말기 돌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정확한 정보와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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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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