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CJD 배회·실종 위험, 집 안 안전장치 이렇게 준비한다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10월 8일
3분 분량

진료실에서 CJD를 처음 진단받은 보호자들은 대개 '치매니까 배회를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부터 한다. 하지만 CJD는 일반 치매와 달리 걷는 능력 자체가 몇 주 사이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 배회보다 낙상과 사고를 먼저 대비해야 하는 질환이다.

인지저하보다 먼저 오는 보행 이상

CJD, 즉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전 세계에서 백만 명당 한 명꼴로 발생하는 드문 질환이다. 대개 40세에서 70세 사이에 발병하며, 첫 증상은 집중력 저하나 시야 이상, 수면장애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변화로 시작된다. 그런데 많은 환자에서 치매 증상보다 운동실조, 즉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이는 걸음걸이가 먼저 나타난다.

진행 속도도 다른 치매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발병 후 평균 5개월이 지나면 인지 저하와 함께 운동실조가 가장 흔한 신경학적 징후로 자리 잡고, 9개월 무렵에는 근육이 불수의적으로 빠르게 수축하는 간대성 근경련이 나타나며, 12개월이 지나면 말과 움직임이 거의 사라지는 무동성 무언증 단계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산발성 CJD의 평균 생존 기간이 4~6개월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호자가 안전장치를 고민할 시간 자체가 매우 짧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까지 겹치면, 환자는 익숙한 집 안에서도 가구에 부딪히거나 문턱에 걸려 넘어지기 쉬워진다. 실제로 반복적인 낙상을 계기로 병원을 찾았다가 CJD 진단에 이르는 사례도 보고된다.

기존 실종 예방 체계, CJD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국내 지자체와 치매안심센터는 배회감지기, 인식표, 지문 사전등록 같은 실종 예방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제도는 대부분 서서히 진행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이다. 환자가 수년에 걸쳐 조금씩 배회 증상을 보이는 과정에서, 가족이 장치에 적응하고 사용법을 익힐 시간이 충분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CJD는 이 전제가 통하지 않는다. 진단 이후 수개월 만에 보행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아, '언젠가 신청해야지'라고 미루는 사이 장치를 쓸 수 있는 시기 자체가 지나가 버릴 수 있다. 또한 배회감지기 보급 사업이 '치매 어르신'을 주 대상으로 안내되는 경우가 많아,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서도 발병하는 CJD 환자가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지 지자체마다 다시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임상 메모. CJD는 걸음이 불안정해지는 시기와 인지기능이 흔들리는 시기가 거의 동시에, 혹은 짧은 간격을 두고 찾아온다. 진단 직후부터 '아직은 괜찮다'는 판단을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진단 직후 바로 확인해야 할 것들

가장 먼저 할 일은 거주지 관할 치매안심센터에 문의하는 것이다. 지역에 따라 명칭과 지원 내용에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서비스를 운영한다.

  • 의복이나 소지품에 부착하는 고유번호 인식표 무료 발급

  • GPS 기반 위치추적이 가능한 손목형 또는 스마트태그형 배회감지기 보급·사용료 지원

  • 경찰청과 연계한 지문 사전등록, 실종 시 신원 확인에 활용

이들 제도는 'CJD 전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일반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체계이지만, CJD 환자도 대부분 신청 대상에 포함될 수 있으므로 진단 직후 바로 문의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신청과 발급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증상이 더 진행되기 전에 서류를 준비해 두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집 안에서는 '배회'보다 '낙상'을 먼저 막아야 한다

CJD는 운동실조와 근경련이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동반되는 만큼, 위치추적 장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집 안 동선을 미리 점검해 두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 방과 거실, 화장실 사이의 문턱을 낮추거나 제거한다

  • 욕실과 복도에 미끄럼 방지 매트와 손잡이를 설치한다

  • 테이블이나 가구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보호 쿠션으로 감싼다

  • 가스레인지, 전기기기처럼 위험할 수 있는 기구에 차단 장치를 둔다

다만 이러한 조치는 CJD 환자만을 위한 전용 지침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기보다, 일반적인 낙상·사고 예방 원칙을 환자의 상태 변화 속도에 맞춰 더 서둘러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변종 CJD처럼 초조함이나 공격적인 행동이 먼저 나타나 실제로 집을 나가려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에는, 일반 치매의 배회 관리처럼 현관 잠금장치나 창문 안전장치, 외출 감지 센서를 함께 고려할 수 있다.

의료비 지원은 '확인'이 먼저다

산정특례 제도는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등록된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크게 낮춰주는 제도다. 그러나 CJD가 이 제도의 어떤 항목으로 구체적으로 분류되어 적용되는지는 지자체나 질환 세부 분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단정적으로 안내하기보다 담당 신경과 전문의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임상적 의미와 로뎀요양병원의 역할

CJD처럼 진행이 빠른 질환에서는 '아직 시간이 있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한 판단이 될 수 있다. 진단 직후부터 배회감지기 신청, 집 안 동선 점검, 의료비 지원 확인을 동시에 진행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진료 현장에서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CJD처럼 짧은 기간 안에 많은 것이 바뀌는 질환을 겪는 가족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증상 변화에 맞춰 필요한 준비를 단계적으로 함께 점검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한 걸음씩 미리 준비해 둔다면, 환자와 가족 모두가 조금은 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CJD 관련해 함께 읽어보면 좋은 글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