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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D 환자, 호스피스 병동 이용할 수 있을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10월 11일
3분 분량

지난달 보호자 한 분이 진료실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갈 수는 없을까요." CJD로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는 가족을 지켜보며 나온 질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제도에서는 쉽지 않다.

왜 이런 질문을 하게 되는가

CJD,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변형되어 뇌에 쌓이면서 생기는 병이다. 발병 이후 상태가 나빠지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 다른 치매나 신경퇴행성질환과 크게 다르다. 산발성 CJD는 평균 8개월, 변종 CJD는 평균 14개월 전후로 경과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몇 년에 걸쳐 서서히 나빠지는 다른 질환과 달리, 가족은 진단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임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런데 막상 아만타딘, 펜토산 폴리설페이트, 스테로이드, 항바이러스제 등 여러 약이 시도되었지만 병의 진행 자체를 되돌리거나 늦추는 효과가 확인된 치료는 아직 없다. 증상 조절을 위해 통증에는 아편 제제를, 근육이 떨리거나 경련하는 증상에는 클로나제팜이나 발프로에이트 같은 약을 쓰는 정도가 현실적인 치료의 전부다. 그래서 CJD 가족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완치 치료가 아니라, 남은 시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돌봄 체계다.

입원형 호스피스는 암 환자 전용이다

여기서 현실적인 벽에 부딪힌다. 한국의 호스피스 제도는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특정 질환의 말기 환자나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만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지정된 질환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 등 소수에 그치고, CJD나 다른 프리온병은 이 목록에 들어 있지 않다.

그중에서도 입원형 서비스는 더 좁은 문이다. 가정형이나 자문형 호스피스는 말기 암 외에 만성 호흡부전, 만성 간경화 등 일부 질환까지 포함하지만, 병동에 입원해 전문적인 돌봄을 받는 입원형 호스피스는 사실상 말기 암 환자와 그 가족만을 위한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호스피스 전문기관이 입원 절차에서 말기 암을 나타내는 의사소견서나 진료의뢰서를 요구한다. CJD 진단서만으로는 이 서류 요건 자체를 충족하지 못하는 구조다.

임상 메모. CJD는 공식적으로 호스피스 지정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입원형 호스피스 병동에 CJD만으로 입원을 신청하면 절차상 거절될 가능성이 높다. 가족에게 이 점을 미리 설명해 혼란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격리 때문에 거부당한다는 오해

진료 현장에서 종종 마주치는 또 다른 오해가 있다. CJD를 전염성 질환으로 여겨 격리 병동이 아니면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하지만 지역 CJD 관리 지침에 따르면 실제로는 반대다. CJD는 지역사회로 전파될 위험성이 없다고 평가되기 때문에, 환자의 입원을 거부할 근거가 없으며 폐쇄 병동이나 격리 병동이 아닌 일반 병동에서 표준적인 예방 조치만으로 간호가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다만 생검처럼 침습적인 시술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사용한 기구와 조직을 반드시 불활성화 처리해야 하고, 고압멸균 같은 별도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히 구분해 알아야 한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 입원형 호스피스 병동: 현재 말기 암 환자 전용, CJD 단독 진단으로는 입원 요건 미충족

  • 자문형·가정형 호스피스: 암, 만성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 등 지정 질환에 한정, CJD 미포함

  • 일반 병동 입원: 감염관리 지침상 CJD를 이유로 거부할 근거는 약함, 표준 예방 조치로 간호 가능

  • 침습적 시술(생검 등): 기구 불활성화·고압멸균 등 별도 처리 절차 필요

그렇다면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제도의 틈을 메우기 위해 현장에서 택할 수 있는 길은 몇 가지다. 먼저 신경과와 완화의료팀이 함께하는 일반 병동 내 증상 관리다. 호스피스라는 이름을 달지 않더라도, 통증과 근경련, 섬망 같은 증상을 완화 중심으로 조절하는 접근은 일반 병동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환자가 CJD 외에 말기 암 등 호스피스 지정 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다면, 그 질환명으로 자문형 호스피스를 연계받는 방법도 있다. 재택의료나 가정간호 서비스를 함께 활용해 집에서도 돌봄 공백을 줄이는 방식도 현실적인 선택지다.

정부도 이 문제를 아주 모르고 있지는 않다. 보건복지부의 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에 따르면 호스피스 전문기관을 늘리는 동시에 대상 질환을 기존 5개에서 최대 13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 알려져 있다. 치매나 파킨슨병처럼 서서히 진행하는 신경퇴행성질환까지 포함하자는 논의도 있다. 다만 이 계획에 CJD나 프리온병이 구체적으로 포함되는지는 아직 공개된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 단정해 말할 수는 없다.

진료실에서 느끼는 임상적 의미

CJD 보호자를 마주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제도의 현실을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다. 입원형 호스피스를 기대했다가 거절당하면 가족은 병보다 제도에 더 큰 좌절을 느낀다. 반대로 감염 우려 때문에 받아주는 병원이 없을까 미리 걱정하는 가족에게는, 지침상 일반 병동 입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 불안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결국 CJD 돌봄의 핵심은 어떤 간판을 단 병동이냐가 아니라, 통증과 불편을 얼마나 세심하게 살펴주는가에 있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CJD처럼 빠르게 진행하는 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을 적잖이 만나왔다. 호스피스라는 제도적 명칭에 갇히지 않고, 신경과적 증상 조절과 일상적인 돌봄을 함께 챙기며 남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몫이라고 생각한다. 제도가 아직 따라오지 못한 자리를, 사람이 먼저 채워갈 수 있다고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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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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