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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D 수혈 전염, 산발성과 변종은 다르다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10월 14일
4분 분량

최근 진료실에서 보호자 한 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지가 CJD 진단을 받았는데, 몇 년 전 수술 때 수혈을 받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혹시 그때 옮은 건 아닌지, 또 가족들이 앞으로 헌혈을 해도 되는지 걱정이 많았다. CJD와 수혈의 관계는 질환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으면 오해하기 쉬운 주제다.

같은 이름, 다른 질환

CJD라는 이름 안에는 사실 여러 유형이 섞여 있다. 전체 CJD 환자의 약 85%를 차지하는 산발성 CJD,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유전성 CJD, 그리고 과거 의료 처치 과정에서 전염된 의원성 CJD가 고전적 형태에 속한다. 이와 별개로 1996년 영국에서 처음 보고된 변종 CJD(vCJD)가 있는데, 이는 소해면상뇌증, 흔히 광우병이라 불리는 질환에 오염된 소고기 제품 섭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CJD'라는 이름을 쓰지만 발병 나이부터 다르다. 산발성 CJD는 평균 68세 무렵 발병하는 반면, 변종 CJD는 중앙값 28세로 훨씬 젊은 나이에 발병한다. 임상 양상도, 진행 속도도 다르다. 그리고 수혈을 통한 전염 위험을 이야기할 때도 이 둘은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기존 추적 연구의 한계

문제는 혈액을 걸러낼 선별검사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헌혈 전에 혈액 한 방울로 프리온병 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 검증된 검사가 나온다면 위험 관리가 훨씬 쉬워지겠지만, 오랜 연구에도 불구하고 그런 검사는 아직 임상 현장에 도입되지 못했다.

그래서 각국 혈액당국은 검사가 아니라 '배제'라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위험을 관리해 왔다.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서 체류하거나 수혈받은 이력이 있는 사람의 헌혈을 아예 제한하는 식이다. 이 방식은 효과적이지만, 동시에 '얼마나 위험한지'를 정확한 숫자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과거에는 변종 CJD가 몇 년씩 무증상으로 잠복할 수 있다는 이론적 우려 때문에 위험을 실제보다 크게 평가하는 경향도 있었다.

새로운 연구가 보여준 결론

2024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와 적십자가 함께 발표한 28년 추적 연구는 이 질문에 상당히 명확한 답을 내놓았다. 1995년부터 2023년까지 CJD 진단을 받은 혈액 기증자 84명을 등록해 이들이 제공한 혈액 성분 가운데 추적 가능한 1,245건을 분석한 결과, 6,495인년에 걸친 관찰에서 고전적 CJD의 수혈 전염 사례는 단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과 스칸디나비아에서 진행된 유사 연구에서도 8,800명 이상, 15,500인년 이상을 관찰했지만 전염 사례는 없었다.

반면 변종 CJD는 이야기가 다르다. 1996년부터 1999년 사이 영국에서 백혈구 제거 처리를 하지 않은 적혈구를 수혈받은 사람들 중 실제로 변종 CJD 전염이 확인된 사례가 보고되었다. 수혈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사망한 사례들에서 비정상 프리온 단백질이 확인되었고, 그중 한 사례는 증상이 없었음에도 잠복 감염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혈 후 최소 5년을 생존한 사람들을 추적한 코호트 분석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와, 혈액 수혈이 변종 CJD의 2차 전파 경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임상 메모. 산발성 CJD는 수십 년간의 대규모 추적 연구에서 수혈 전염 사례가 확인된 적이 없다. 반면 변종 CJD는 영국에서 실제 수혈 전염 사례가 보고된 바 있어, 같은 'CJD'라도 위험 평가가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위험은 지금 어느 정도일까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 발표된 연구들은 변종 CJD의 수혈 전염 위험을 과거보다 낮게 평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2024년 유럽 여러 나라의 혈액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재평가한 결과, 과거 영국 체류나 수혈 이력이 있는 헌혈자와 관련된 현재의 전염 위험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2021년 영국이 자국산 혈장으로 만든 면역글로불린 제제의 사용 금지를 해제한 것도, 확률 모델링을 통해 위험이 극히 낮다는 판단이 뒷받침된 결정이었다.

2025년 발표된 코호트 기반 모델링 연구 역시 1999년 이후 표준화된 백혈구 제거 공정을 포함한 수혈 안전 조치를 고려하면, 변종 CJD의 2차 전파 위험은 미미한 수준으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예측 모델들이 무증상 잠복 감염 가능성을 넓게 가정해 위험을 크게 본 것과 비교하면, 실제 관찰된 수치는 그보다 낮았다는 뜻이다.

한국의 헌혈 제한 기준

국내에서는 혈액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CJD나 변종 CJD 환자, 의사환자, 병원체보유자는 영구적으로 헌혈이 금지된다. 또한 1980년 이후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수혈을 받은 경험이 있거나, 변종 CJD 위험지역에서 채혈된 혈청으로 만든 진단시약을 투여받은 경우, 해당 위험지역에 일정 기간 거주하거나 여행한 경우에도 헌혈이 제한된다.

  • 산발성 CJD 진단을 받은 본인 - 영구 헌혈 금지

  • 변종 CJD 진단을 받은 본인 - 영구 헌혈 금지

  • 1980년 이후 영국·프랑스 체류 또는 수혈 이력이 있는 사람 - 헌혈 제한 대상

  • 뇌하수체 유래 성장호르몬 등을 투여받은 이력이 있는 사람 - 영구 헌혈 금지

이런 기준은 검사로 위험을 걸러내는 방식이 아니라, 위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미리 배제하는 예방적 접근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서 안전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위험 요인이 있는 혈액이 들어오지 않도록 막는 구조다.

임상적 의미와 가족의 질문

진료실에서 가장 흔히 받는 질문은 두 가지다. 하나는 '혹시 수혈로 옮은 건 아닌가', 다른 하나는 '가족들이 헌혈을 해도 되는가'이다. 산발성 CJD로 진단받은 경우라면, 지금까지의 대규모 추적 연구를 근거로 수혈로 인한 전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할 수 있다. 반면 변종 CJD는 국내에서는 매우 드물지만, 과거 실제 전염 사례가 있었던 만큼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원칙이다.

가족의 헌혈 여부를 물을 때도 마찬가지다. CJD는 유전성 CJD를 제외하면 가족 간 직접 전염되는 질환이 아니므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헌혈이 제한되지는 않는다. 다만 혈액원의 문진 과정에서 가족력이나 과거 수혈·체류 이력을 묻는 것은 정상적인 절차이며, 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글을 마치며

프리온병은 생소하고 낯선 질환이라 막연한 공포가 따라붙기 쉽다. 하지만 근거를 하나씩 짚어보면, 산발성 CJD는 오랜 추적 연구를 통해 수혈 전염 위험이 사실상 확인되지 않았고, 변종 CJD 역시 위험 관리 체계가 자리를 잡으면서 위험 평가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막연한 불안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판단이다.

로뎀요양병원은 CJD를 비롯한 프리온병 환자와 가족이 겪는 이런 궁금증과 걱정을 함께 풀어가는 곳이 되고자 한다.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쌓일수록 환자와 가족이 느끼는 막막함도 조금씩 가벼워질 수 있다고 믿으며, 그 과정을 곁에서 함께 걸어가겠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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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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