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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S 환자의 변비와 장 관리, 놓치기 쉬운 부분

  •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 8월 24일
  • 3분 분량

진료실에서 ALS 환자와 보호자에게 호흡이나 연하 상태를 묻는 일은 많지만, 배변 상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다. 최근 한 코호트 연구는 변비가 있는 ALS 환자군에서 질병 진행이 더 빨랐다는 결과를 내놓으며, 이 오래된 증상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덜 마시고, 덜 움직이고, 힘이 줄어드는 문제

ALS는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손상되며 근력이 약해지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위장관을 포함한 여러 장기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자주 확인하게 된다. 변비는 그중에서도 가장 흔하면서도 잘 언급되지 않는 증상 중 하나다.

변비가 생기는 이유는 한 가지로 설명되지 않는다. 연하곤란으로 물을 충분히 마시지 못하게 되고, 화장실 이용에 도움이 필요해지면서 배변을 참거나 미루는 일이 늘어난다. 여기에 복부와 골반 근육의 힘이 약해지면서 대변을 밀어내는 힘 자체가 줄어든다. 정리하면 '덜 마시고, 덜 움직이고, 밀어낼 힘이 줄어드는' 세 가지 요인이 동시에 겹치면서 변비가 점차 심해지는 구조다.

국내에서도 근육경련, 구음장애, 침 흘림, 우울증, 수면장애 등과 함께 변비가 ALS 진료에서 함께 다뤄야 할 증상으로 언급되고 있다. 즉 변비는 예외적인 문제가 아니라 표준적인 증상 관리 항목 중 하나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기존 접근이 놓쳐온 것

변비는 호흡곤란이나 연하장애, 사지 근력 저하처럼 눈에 띄는 문제에 비해 진료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증상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것이 질병의 진행이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최근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원인이 여러 갈래이다 보니 섬유질 보충 같은 한 가지 처방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다. 수분 섭취 저하, 활동량 감소, 복근 약화, 자율신경계와 관련된 위장관 운동 이상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변비가 불안, 우울, 수면장애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변비만 따로 떼어 치료하기보다 이 세 가지를 함께 살피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는 시각이다. 그런데도 실제 진료에서는 '변비 따로, 정신건강 따로' 접근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새로 나온 근거, 변비와 질병 진행의 연관성

최근 학술지 Therapeutic Advances in Neurological Disorders에 게재된 연구는 이 부분을 정면으로 다뤘다. 중국 허베이의대 코호트 190명을 대상으로 한 전향적 연구에서 변비 유병률은 50%에 달했다. 9개월 추적 기간 동안 38명(25.3%)이 사망했는데, 그중 92.1%가 변비를 동반하고 있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변비가 있는 ALS 환자가 없는 환자보다 생존율이 유의하게 낮았다고 밝혔다. 다만 생존은 변비 하나만이 아니라 질병 진행 속도(중등도·빠름)와 수면·우울 상태에도 함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 메모. 연구진은 "이러한 증상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효과적인 질병 관리에 필수적"이며, "조기에 장관리 전략을 도입하면 변비 증상을 완화하고 환자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유럽신경과학회가 유럽신경근육질환네트워크와 함께 발표한 ALS 관리 가이드라인에도 변비를 포함한 비운동 증상 관리가 다뤄지고 있다. 실제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접근은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 수분 섭취: 연하 상태에 맞게 점도를 조절한 물, 주스, 우유 등 비알코올 음료 섭취를 늘려 수분 공급을 개선한다.

  • 배변 자세와 이동 지원: 변기 이용 보조기구 등으로 힘을 덜 들이고 배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 완하제 상의: 필요할 경우 주치의와 상의해 배변 규칙성을 관리한다.

완하제는 종류에 따라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이 크게 다르다. 대변연화제(예: docusate sodium, 1일 최대 500mg)는 장으로 수분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작용해 효과까지 며칠이 걸릴 수 있다. 센나, 비사코딜, 소듐 피코설페이트 같은 자극성 완하제는 약 6~12시간 내에 효과가 나타나며, 글리세린 좌약은 직장 점막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15~60분 내 비교적 빠르게 작용한다. 이런 차이를 고려해 방문 간병 시간이나 이동 일정에 맞춰 약제를 선택하면 실제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일반 성인 만성 변비를 대상으로 한 영국영양사협회의 최근 식이 가이드라인에서는 섬유질 보충제, 프로바이오틱스, 키위·자두·호밀빵 같은 식품, 미네랄 함량이 높은 물 등에 대한 권고가 정리돼 있다. 다만 이는 ALS 환자를 특정한 지침이 아니므로, 연하곤란이나 흡인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 생과일이나 통곡물 섬유질을 그대로 늘리기 전에는 반드시 연하 상태와 영양 상태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

임상적 의미와 남은 과제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변비를 단순 불편 증상이 아니라 질병 진행과 관련될 수 있는 지표로 보고, 정기 진료에서 배변 상태를 적극적으로 묻고 기록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본다. 완하제를 처방하기 전에 수분 섭취 경로와 배변 자세 지원을 함께 점검하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다만 이 연구는 9개월 추적, 단일 기관 코호트 190명을 대상으로 한 관찰연구다. 변비와 생존의 연관성을 보여준 것이지, 변비를 치료하면 생존이 늘어난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사망군에서 변비 동반 비율이 92.1%로 매우 높게 나온 것도, 질병이 진행되며 전반적으로 쇠약해진 환자에서 변비가 함께 심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만큼 이 결과는 '변비 관리가 예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신중히 받아들이되, 개입 연구로 이어질 필요가 있는 단계라고 본다.

변비, 불안·우울, 수면장애가 서로 얽혀 있다는 지적을 참고하면, 신경과 진료만으로 해결하기보다 정신건강의학과나 완화의료팀과의 협진을 고려하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완하제 용량과 병용 약물 조정도 개별 환자의 신장·간 기능을 고려해 의료진과 함께 결정해야 하며, 임의로 조절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로뎀요양병원에서 함께 살피는 부분

로뎀요양병원에서는 ALS 환자를 돌볼 때 호흡과 연하 상태만큼 배변 상태도 매일 기록하며 살핀다. 수분 섭취 경로를 연하 상태에 맞게 조정하고, 이동과 배변 자세를 돕는 보조 기구를 함께 활용하며, 필요할 때는 완하제 종류와 시간을 환자의 하루 일과에 맞춰 조정한다.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않고 기록해 의료진과 공유하는 이 과정이, 결국 환자가 좀 더 편안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길이라고 믿는다. 변비 하나를 세심히 살피는 일이 환자의 삶의 질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진료 현장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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