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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S 호스피스 상담, 임종 임박 때만 하는 걸까

  •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 8월 24일
  • 3분 분량

진료실에서 호스피스라는 단어를 꺼내면 표정이 굳는 보호자를 자주 본다. 마치 치료를 포기하라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ALS에서 완화의료는 임종 직전이 아니라 진단 시점부터 고려해야 하는 접근이라는 점을 이번 글에서 정리해보려 한다.

진행성 질환, 왜 이 이야기를 일찍 꺼내야 하나

ALS는 상위·하위 운동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는 진행성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 조기에 진단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예후와 생존기간에 중요하다는 점은 여러 국내 문헌에서도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많은 환자가 증상 발생 후 3~5년 이내에 경과가 진행되지만, 일부는 10년 이상 비교적 안정적으로 지내기도 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향이며 개별 환자의 예후를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질병이 진행되면 이동, 식사, 의사소통이 점차 어려워지고, 말기에는 대부분의 수의근이 마비되어 스스로를 돌보기 어려운 상태에 이른다. 특히 호흡부전은 대부분의 말기 환자가 겪는 문제이자 주요 사망 원인이다.

완화의료와 호스피스, 같은 말이 아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확인해야 하는 오해가 바로 이 지점이다. 완화의료는 증상 조절과 삶의 질 유지를 목표로 하는 적극적인 의료 행위이며, 병기와 무관하게 진단 직후부터 시작할 수 있다. 반면 호스피스는 통상 의료진이 예상 생존기간을 6개월 이하로 판단하는 시점에 시작되는 서비스로, 완화의료보다 더 좁은 개념이다.

2014년 세계보건총회에서도 이 개념이 정리된 바 있다. 특정 질환에 특정 시기에만 제공되던 '호스피스' 개념에서, 만성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진단 이후 언제든지 다양한 장소에서 제공할 수 있는 '완화의료'로 범위가 확장된 것이다. 즉 완화의료는 임종을 준비하는 절차가 아니라, 질병 초기부터 증상을 미리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한 계획에 가깝다.

  • 완화의료: 진단 시점부터 시작, 증상 관리와 삶의 질 향상이 목표

  • 호스피스: 통상 예상 생존기간 6개월 이하 판단 시 시작, 임종 과정 돌봄에 초점

  • 완화의료를 받는다고 약물·보조 치료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임상 메모. 6개월이라는 기준은 절대적인 마감 시한이 아니다. 자격 기준을 계속 충족한다면 최초 6개월을 넘어서도 호스피스 서비스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환자와 가족에게 분명히 설명해야 오해가 줄어든다.

기존 접근의 한계, 상담 시기를 놓치는 이유

완화의료와 호스피스가 혼동되면서 상담 시기 자체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너무 늦게 논의를 시작하면 임종에 임박해서야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시기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제도적인 부분도 짚어야 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2017년 시행되면서 국내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법적 틀이 마련되었다. 그런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호스피스 서비스의 법정 대상 질환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 호흡기 질환, 만성 간경화 등으로 명시되어 있다. ALS가 이 대상 질환군에 명시적으로 포함되는지는 이번 자료 조사만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서 ALS 환자와 가족이 건강보험 적용 호스피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절차와 자격 기준을 개별적으로 신경과 주치의, 완화의료팀, 사회복지사와 함께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국내에서 이용 가능한 서비스 형태

다행히 국내에는 다양한 형태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다. 입원해서 집중적인 서비스를 받는 입원형, 호스피스팀이 직접 집을 방문하는 가정형, 일반 병동이나 외래에서 담당 의사와 협력해 운영되는 자문형, 그리고 소아청소년을 위한 완화의료가 그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완화의료는 임종이 예상되는 시점 이전이라도 투병 과정에서 통증이나 증상 완화가 필요한 모든 환자에게 담당 의사가 제공할 수 있는 적극적인 의료라는 점이다. 즉 ALS 진단을 받은 직후라도, 통증이나 근육 경련, 수면 장애, 호흡 불편감 등이 나타난다면 완화의료팀과의 상담을 미룰 이유가 없다.

임상적 의미,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인 답이다

진료 현장에서는 호스피스 상담을 곧 임종 임박의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환자와 보호자에게 분명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완화의료는 임종 케어에 국한되지 않으며, 말기 의사결정을 미리 돕고 필요할 때 호스피스로의 전환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임상에서 통용되는 흐름은 이렇다. 진단 초기부터 증상 관리와 향후 계획 논의라는 완화적 관점을 도입하고, 호흡부전 등 말기 징후가 가까워졌을 때 호스피스로의 전환을 자연스럽게 논의하는 단계적 접근이다. 이렇게 하면 환자는 매 순간 필요한 도움을 놓치지 않고, 가족도 갑작스러운 결정을 강요받지 않는다.

미리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의 의미

ALS를 진단받은 직후에는 완화의료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고 두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진단 시점에 완화적 접근을 도입하는 것은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그때그때 급하게 대응하는 대신, 앞으로 필요한 것을 미리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게 해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는 포기가 아니라,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주는 과정이다.

로뎀요양병원에서도 ALS 환자와 가족을 만날 때 이 부분을 가장 먼저 이야기한다. 완화의료 상담을 일찍 시작한다고 해서 병의 진행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가 통증이나 불편감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가족이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분명하다. 진단 이후 어느 시점에 있든, 지금 겪고 있는 증상과 앞으로의 계획을 편하게 상의할 수 있는 곳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환자와 가족의 하루는 조금 더 가벼워질 수 있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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