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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S 오진 가능성, 다른 병원 재검사 고려해도 될까

  •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 8월 24일
  • 3분 분량

최근 진료실에서 손저림과 근력저하로 다른 병원에서 손목터널증후군 수술을 받았지만 증상이 계속 진행되어 뒤늦게 ALS 진단을 받은 환자를 만났다. 이런 사례를 접할 때마다 ALS 진단이 생각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단일 검사로 확진되지 않는 병

ALS는 혈액검사 한 번이나 영상 촬영 한 번으로 진단이 나오는 병이 아니다. 상위 운동신경세포와 하위 운동신경세포가 함께 손상되는 소견을 확인하고,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하나씩 배제해가는 임상적 배제 진단에 가깝다. 그래서 진단 기준 자체도 시간이 지나며 여러 번 바뀌어 왔다.

1994년 El Escorial 기준이 처음 마련된 뒤 2000년 개정을 거쳤고, 2008년에는 근전도 소견을 반영한 Awaji 기준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 기준들은 적용이 복잡하고 의사마다 판단이 갈리는 경우가 있어, 2019년에는 좀 더 단순하게 'ALS다, 아니다'를 판단하는 Gold Coast 기준이 제안됐다. 진단 방법이 계속 다듬어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ALS 진단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왜 오진이 생기는가

ALS 초기 증상인 근력저하, 근섬유속연축, 피로감은 여러 다른 질환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특히 손목터널증후군이나 팔꿈치터널증후군 같은 압박성 신경병증은 초기 임상 양상이 ALS와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손외과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11%가 이후 ALS로 진단된 환자에게 신경감압수술을 시행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반대 방향의 오진도 보고된다. ALS로 처음 진단됐던 환자 중 일부는 이후 다른 질환으로 재진단을 받는데, 그 중 상당수에서는 치료 가능한 원인이 확인됐다. 552명의 등록 환자를 분석한 한 조사에서는 46명이 다른 진단으로 변경됐고, 이 중 절반 정도에서 구체적인 치료 옵션이 있었다. 진단이 바뀐 주된 이유는 증상 진행이 예상만큼 나타나지 않거나, 운동신경세포병에 비전형적인 양상이 나타나거나, 검사 결과가 맞지 않아서였다.

임상 메모. 경추-흉추 부위의 지주막낭종이나 경추증성 척수병증처럼 수술로 호전 가능한 원인이 ALS와 비슷한 근위축, 근섬유속연축, 항진된 건반사를 보인 증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런 경우 척추 MRI 등으로 감별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재검사, 어떤 의미로 접근해야 할까

다른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는다는 것이 '오진을 뒤집기 위한 절차'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보다는 치료 가능한 원인을 배제하고 진단의 확실성을 높이는 절차에 가깝다. 재검사를 통해 ALS 진단이 뒤집히는 경우보다, 오히려 확진이 더 명확해지는 경우가 더 흔하다는 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재검사나 2차 의견을 고려해볼 만하다.

  • 증상이 한쪽 사지에만 국한되어 있고 오래 진행되지 않는 경우

  •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 두드러지게 동반되는 경우

  • 예상보다 진행 속도가 느리거나 한동안 정체된 경우

  • 근전도, 영상, 혈액검사 결과가 임상 양상과 잘 맞지 않는 경우

이런 경우 근전도·신경전도검사, 척추 MRI, 필요하면 뇌척수액 검사까지 시행해 압박성 신경병증, 척수병증, 다발성경화증 같은 다른 질환을 하나씩 배제해나가는 과정이 표준적인 진단 절차다. 특히 수술로 교정 가능한 경추 협착이나 낭종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진단 도구들,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Gold Coast 기준이 도입된 이후 여러 연구에서 진단의 일관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1162명의 ALS 환자를 분석한 한 연구에서는 Gold Coast 기준의 민감도가 기존 기준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신경필라멘트 경쇄나 인산화 신경필라멘트 중쇄 같은 바이오마커 역시 ALS 환자에서 다른 신경병증이나 근병증 환자보다 유의하게 높게 측정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다만 이런 도구들이 ALS를 단번에 확진해주는 만능 검사는 아니다. ALS 진단 기준 자체가 가능성부터 확실성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 복잡한 체계이며, 여전히 오류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이 학계에서도 계속 지적되고 있다. 새로운 기준이나 바이오마커는 판단의 정확도를 높여주는 보조 도구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임상적 의미와 실제 준비

국내에서는 ALS로 확진되면 확진일로부터 30일 이내 산정특례를 신청해 5년간 요양급여비용 본인부담을 10%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진단이 아직 불확실한 초기 단계라면, 언제 확진 판정을 받고 언제 등록 절차를 밟을지 담당 신경과 전문의와 미리 상의해두는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진단명이 변경되거나 확정되는 시점에 따라 등록 절차와 적용 기간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사례는 담당 의료기관과 건강보험공단에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오진 관련 수치들을 접할 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과거 연구에서 나온 오진율이나 오진 경험 비율은 표본이 작거나 오래된 진단 기준을 사용하던 시기의 자료인 경우가 많아, 현재 시점에 그대로 적용해 '10명 중 1명은 오진된다'는 식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재검사가 필요하다고 해서 반드시 진단이 뒤집힌다는 뜻도 아니다.

마무리하며

ALS는 진단 과정 자체가 여러 단계를 거치는 병이다. 초기에 다른 질환과 감별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고, 때로는 재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환자와 가족이 미리 이해하고 있으면 그 과정을 견디기가 조금은 수월해진다. 로뎀요양병원에서도 진단 확정 단계부터 이후 돌봄 계획까지, 환자와 가족이 각 단계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함께 살피며 곁을 지키고 있다. 불확실한 시기를 지나는 동안에도 필요한 정보와 지지를 곁에서 나누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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