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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온병 신약 임상시험, 지금 참여할 수 있을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8일
3분 분량

얼마 전 진료실에서 CJD 진단을 받은 환자의 보호자가 해외에서 신약 임상시험이 시작됐다는 기사를 들고 찾아왔다. 지금 당장 신청할 수 있는지,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물었지만 답은 생각보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프리온병 신약 개발은 분명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그 진전의 크기와 속도를 정확히 아는 것이 환자와 가족을 위한 첫걸음이다.

치료법 없는 질환, 왜 이렇게 진행이 빠른가

프리온병은 정상 프리온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접힌 형태로 바뀌면서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질환이다.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유전성 프리온병, 획득성 프리온병 등으로 나뉘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증상이 나타나면 수개월에서 수년 안에 사망에 이를 만큼 진행이 빠르고, 지금까지 이를 막을 수 있는 승인된 치료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환자 가족들은 '신약'이라는 단어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보호자들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에 올라온 해외 뉴스 한 줄을 근거로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품는다. 그 마음을 이해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짚어주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접근의 한계, 대증치료를 넘지 못했다

지금까지 프리온병 진료는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치료에 머물러 있었다. 통증, 근경직, 불안, 수면장애 같은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최선이었고, 질병의 근본 원인인 비정상 프리온단백질 축적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최근 치료 전략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프리온단백질 자체를 줄이면 질병을 늦출 수 있다'는 원리다. 동물실험에서는 프리온단백질 수치를 낮추면 발병이 지연되고 진행 속도도 느려진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원리를 사람에게 적용하는 임상 개발이 이제 막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안전성조차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라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

사람 대상 임상시험, 실제로 진행 중인 것은 두 가지

현재 시점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실제 진행 중인 프리온병 치료제 임상시험은 두 가지로 좁혀진다.

  • Ionis Pharmaceuticals의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ION717 (PrProfile 시험, NCT06153966)

  • Broad Institute와 UMass Chan이 개발한 이중가닥 siRNA (PRiSM 시험, NCT07444580)

ION717은 척수강내 투여 방식으로, 2024년 증상성 환자 56명을 등록해 두 코호트로 나눠 활성약과 위약을 무작위 배정했다. 2025년 7월 마지막 환자 방문이 끝났고, 2026년 3월 예비 데이터에서 안전성·내약성 프로파일이 고무적이라는 발표와 함께 새로운 용량요법을 시험할 20명을 추가 모집하기로 했다. 다만 개발사 스스로 이 예비 데이터만으로는 안전성, 내약성, 유효성을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PRiSM은 2026년 4월 정식으로 모집을 시작해 증상성 환자 15명을 등록하고 있다. 안전성과 용량을 확인해 대규모 시험으로 넘어갈지를 결정하는 것이 목적이며, 연구진 스스로 이번 시험은 결승선이 아니라 시작선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임상 메모. 두 시험 모두 1차 목표는 '치료 효과 입증'이 아니라 '안전성과 용량 확인'이다. 아직 어떤 약도 효과가 검증된 단계는 아니다.

국내 참여, 현실적으로는 아직 어렵다

2026년 3월 기준으로 ION717 시험의 활성 사이트는 미국 클리블랜드, 일본 도쿄, 야마구치 세 곳뿐이다. PRiSM 역시 국내 사이트가 포함되어 있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즉 지금 시점에서 '한국에서 바로 참여할 수 있다'는 안내는 정확하지 않다.

참여를 원한다면 개발사가 개별 환자의 적격성을 직접 판정하지 않기 때문에, 주치의나 실제 시험 사이트를 통해 논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또한 해외 사이트 참여 시 이동과 체류라는 현실적 제약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유전자 검사로 프리온병 위험이 확인된 무증상 보인자는 현재로선 이들 임상시험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해둘 부분이다.

국내 진단·지원 체계는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신약 참여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국내 진단과 지원 체계는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CJD를 포함한 프리온병은 희귀질환으로 분류되어 건강보험 산정특례가 5년간 적용되며, 확진일로부터 30일 이내 신청하면 확진일로 소급 적용된다. 진단은 질병관리본부 지정 기관에서 프리온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뇌척수액 단백 분석, RT-QuIC 기법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임상적 의미와 지금 해야 할 일

동물실험에서의 생존기간 연장이나 프리온단백질 감소 수치를 사람에게 그대로 대입해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동물모델과 사람의 반응은 다를 수 있고, 실제로 ION717 시험도 2024년 한 차례 모집을 중단했다가 재개한 이력이 있을 만큼 진행 상황이 유동적이다. 관련 정보는 대부분 개발사와 환자 옹호단체 채널, 언론 보도에 의존하고 있어 동료심사를 거친 공식 임상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이 흐름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프리온단백질을 줄인다는 접근이 처음으로 사람 대상 시험 단계까지 왔다는 것은 분명한 진전이다. 진료 현장에서는 이런 변화를 과장도 축소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프리온병 환자와 가족이 겪는 불확실함을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다. 신약이 당장의 답이 되지 못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의 증상 관리와 일상의 안정을 함께 지켜나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 믿는다. 새로운 연구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정확한 정보로 환자와 가족 곁을 지키겠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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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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