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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D 환자의 형제자매, 유전자 검사 꼭 받아야 할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8일
4분 분량

얼마 전 진료실에서 CJD로 세상을 떠난 환자의 여동생이 찾아와 물었다. "저도 검사를 받아야 할까요, 아니면 모르는 게 나을까요." 이 질문에는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 환자가 어떤 유형의 프리온병으로 확진되었는지, 부모의 유전자 상태가 확인되었는지에 따라 형제자매의 위험도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프리온병, 세 갈래 병인 중 하나가 유전성이다

프리온병은 크게 산발성, 획득성, 유전성 세 가지로 나뉜다. 이 중 유전성 프리온병은 전체 프리온병의 10~15%를 차지하며,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PRNP)의 상염색체 우성 기능획득 변이로 발생한다. 상염색체 우성이라는 말은 부모 중 한쪽이 변이를 가지고 있으면 자녀에게 물려줄 확률이 이론적으로 50%라는 뜻이다.

다만 유전성 프리온병의 첫 증상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기억력 저하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보행 이상이나 성격 변화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어 초기 증상만으로 유전성 여부를 짐작하기 어렵다. 그래서 조기에 PRNP 유전자 시퀀싱을 시행하는 것이 진단 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하다.

흥미로운 점은 '가족성'이라는 이름과 달리, 실제로는 가족력이 없는 환자도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변이가 그 사람에게서 처음 생겼거나, 침투율이 낮아 이전 세대에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거나, 이전 세대가 다른 질환으로 오진되었거나 조기 사망한 경우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집안에는 이런 병이 없었다"는 말만으로 유전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기존 접근의 한계, 상담받을 곳이 마땅치 않다

유전성 프리온병 자체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아직 없다. 신경과, 정신과,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사회복지사가 함께하는 다학제팀의 지지 치료가 현재로서는 최선의 접근이다.

문제는 진단과 상담을 담당할 전문 인력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공통 과제다. 국내에는 희귀질환 유전상담클리닉이 네 곳 개소되었으나 그중 세 곳은 서비스를 중단했고, 현재는 건양대병원 한 곳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가족이 상담과 검사를 받을 병원을 찾아 여러 곳을 전전하게 된다.

유전형과 표현형의 상관관계도 완벽하지 않다. 침투율, 발병 연령, 병의 지속 기간이 전 세계 코호트를 통해 정리되어 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통적인 유전형-표현형 상관관계는 오히려 약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즉 같은 변이를 가졌다고 해서 같은 나이에, 같은 양상으로 발병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형제자매 검사, 무엇을 먼저 확인해야 하나

형제자매 검사를 논하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발병한 환자에서 실제로 PRNP 병원성 변이가 확인되었는지, 그리고 부모 중 누가 그 변이를 가지고 있는지 또는 발병했는지다. 이 정보가 없으면 형제자매 개개인의 위험도 자체를 정확히 산정할 수 없다.

국제 임상유전학 자료에 따르면 형제자매의 위험도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 부모 중 한쪽이 병원성 PRNP 변이 보유자로 확인된 경우 - 형제자매의 위험도는 이론적으로 50%

  • 부모의 유전자 상태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 - 형제자매 개인의 위험도를 명확히 산정하기 어려움

  • 부모가 이형접합 변이 보유자이면서 침투율 감소로 무증상인 경우도 존재 - 변이 보유가 곧 발병을 의미하지 않음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은 '변이 보유'와 '발병'이 같은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형접합 형제자매가 실제로 증상을 나타낼 가능성은 가족 안에서 확인된 특정 PRNP 변이의 종류에 따라 다르며, 변이를 물려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또는 같은 시기에 발병하는 것도 아니다.

임상 메모. "검사 결과 양성이면 곧 발병한다"는 생각은 근거와 다르다. 침투율 감소로 평생 무증상으로 지내는 변이 보유자도 실제로 존재한다.

검사 전후 유전 상담이 왜 필수인가

국제 리뷰 자료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원칙은 하나다. 프리온병 환자의 가족이 PRNP 시퀀싱을 받는 경우든, 위험군 개인이 예측 검사를 고려하는 경우든 검사 전후로 반드시 유전 상담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상담에서는 현재 참석한 가족 구성원의 위험도, 아직 참석하지 않은 다른 가족 구성원과 정보를 어떻게 나눌지, 그리고 가족 중 예측 검사에 관심을 가질 만한 사람이 또 있는지가 구체적으로 다뤄진다. 프랑스의 관련 코호트 연구에서는 유전학자, 심리학자, 유전상담사, 사회복지사, 간호사가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상담 체계 안에서, 위험군 개인이 채혈과 검사 전후로 검사 여부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검사가 되돌릴 수 없는 정보, 즉 발병 위험에 대한 지식을 얻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충분한 설명과 심리적 준비 없이 서둘러 검사를 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검사를 받을지 말지는 결혼, 임신, 직업 선택 같은 삶의 계획과 심리적 부담을 함께 고려해 본인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국내에서는 어떤 경로로 접근할 수 있나

참고로 미국 일부 프로그램은 1촌 확진자가 있는 경우 예측 검사를 무료로 제공하지만, 이는 한국의 건강보험이나 산정특례 체계와 그대로 대응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검사와 상담을 받고자 한다면 다음과 같은 경로를 확인해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 신경과, 임상유전학과가 개설된 대학병원을 통해 상담 연계

  • 극희귀질환으로 등록된 경우 '희귀질환 진단지원사업'을 통한 유전자 검사 지원(비용 무료)

  • 확진 후 신청서 작성과 온라인 등록을 거쳐 산정특례 등록, 등록되면 해당 질환 및 합병증 치료에 5년간 산정특례 적용

  • 병원 방문 시 유전자 검사 결과지와 가족력을 미리 정리해 가면 상담이 원활함

임상적 의미

형제자매 유전자 검사는 "받아야 한다" 또는 "받지 말아야 한다"로 딱 잘라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먼저 발병자의 확진 형태와 부모의 유전자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순서이고, 그 결과에 따라 형제자매의 실제 위험도가 정해진다. 가족력이 없다고 안심할 수도, 변이가 있다고 반드시 절망할 수도 없는 것이 이 병의 특징이다.

진료 현장에서 만나는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검사 여부를 서둘러 정하기보다 먼저 정확한 정보와 전문 상담을 받는 순서를 지키자는 것이다. 알 권리도 소중하지만, 그 정보를 받아들일 심리적 준비도 함께 갖춰야 흔들림 없이 다음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로뎀요양병원은 프리온병 환자와 가족이 이 어려운 결정의 과정을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진단 이후의 돌봄과 정보 연계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불확실한 시간 속에서도 가족이 서로를 의지하며 다음 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하는 병원이 되고자 한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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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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