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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없는 얼굴, 무관심 아니다… 비정형 파킨슨증 가족 대처법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29일
3분 분량

얼마 전 진료실에서 한 보호자가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아버지가 저를 봐도 반가운 기색이 없어서 서운하다'고. 그런데 정작 환자 본인은 속으로 반가움을 느끼고 있었다. 표정이 사라졌을 뿐, 마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가면을 쓴 듯한 얼굴, 감정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비정형 파킨슨증에는 다계통위축, 진행성핵상마비, 피질기저핵변성, 루이소체치매 등이 포함된다. 각 아형마다 두드러지는 증상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저운동성 표정증, 흔히 '가면 얼굴'이라 부른다. 눈 깜박임이 줄고, 웃을 때 입꼬리가 잘 올라가지 않으며, 대화 중에도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이는 감정을 못 느껴서가 아니라 얼굴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 조절에 문제가 생겨서다. 서동증, 즉 운동이 전반적으로 느려지는 증상의 한 부분으로 얼굴에도 똑같은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환자 본인은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주위 사람이 지적하고 나서야 비로소 인지하게 되는 일도 흔하다.

기존 접근의 한계, 오해는 전문가도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표정 없는 얼굴이 사회적 오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표정이 줄어들수록 주변 사람들은 그 사람과 상호작용하려는 관심 자체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경향이 낯선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까운 가족조차 환자의 얼굴 표정이 굳어질수록 대화를 덜 나누고 상호작용을 줄이는 모습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더 나아가 전문가들도 이 편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실제 증상의 심각도와 상관없이, 얼굴 표정이 적은 사람을 더 우울하고, 덜 사교적이고, 인지 능력이 낮은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표정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습관이 임상 현장에서도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임상 메모. 표정 없음은 우울증과 쉽게 혼동된다. 실제로는 우울하지 않은데 우울해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진짜 우울증이 있는데도 원래 표정이 없는 병이라 단정하고 놓치기도 한다. 그래서 표정 변화만으로 감정 상태를 판단하지 않고, 별도의 우울 척도 평가를 함께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 상호작용에 실제로 미치는 영향

파킨슨병 환자와 돌봄 파트너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환자와 보호자 양쪽 모두가 보고한 얼굴 마스킹 정도는 두 사람 모두의 사회적 거부 경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자가 느끼는 환자의 얼굴 마스킹 정도가 심할수록, 그 보호자가 환자와 상호작용하는 것을 덜 즐거워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히 '표정이 없어서 서운하다'는 감정적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장기간 반복되면 관계의 질 자체가 낮아지고, 간병에 대한 피로감이 표정 문제로 인해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표정을 되찾는 것 자체가 어렵다면, 그 원인을 가족이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관계를 지키는 첫걸음이 된다.

가족이 실제로 할 수 있는 대처법

  • 표정 대신 말로 확인하기 - '괜찮으세요?',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처럼 직접 묻는 습관을 들인다.

  • 주변 사람에게 미리 설명하기 - 방문객이나 친척에게 표정이 굳어지는 것이 병의 증상임을 먼저 알려두면 오해를 줄일 수 있다.

  • 거울 앞 표정 운동 병행하기 - 이마에 힘주기, 볼 부풀리기, 입술 앞으로 내밀기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 얼굴 근육 움직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전문 인력과 연계하기 - 신경과 진료 외에도 언어치료사, 작업치료사와 협력하면 표정을 대신할 의사소통 방법을 함께 훈련할 수 있다.

약물치료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저운동성 표정증은 다른 운동 증상과 원인을 공유하기 때문에, 도파민 보충 약물이 얼굴 표정력에도 부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어느 정도'의 개선이며, 표정이 완전히 이전처럼 돌아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임상적 의미, 반복되는 재교육이 필요하다

비정형 파킨슨증은 파킨슨병에 비해 진행 속도가 빠르고 치료 반응이 낮은 경우가 많다. 그만큼 표정 문제에 대한 안내도 한 번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병이 진행되는 단계마다 가족에게 다시 설명하고 함께 대처법을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보호자가 얼굴 마스킹의 기전을 제대로 이해할수록 환자와의 상호작용 빈도가 늘고, 관계 만족도 역시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 여러 자료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다계통위축증처럼 자율신경 이상이 두드러지는 아형이나, 진행성핵상마비처럼 눈동자 운동 장애가 두드러지는 아형은 각각 다른 어려움을 함께 안고 있다. 표정 문제는 그중 하나일 뿐이지만, 매일의 대화와 관계 속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비정형 파킨슨증 환자와 가족이 이런 세세한 어려움을 혼자 짊어지지 않도록, 신경과 진료와 함께 보호자 교육, 의사소통 훈련을 병행하려 한다. 얼굴은 굳어 있어도 마음은 그대로라는 사실을, 가족이 먼저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환자에게는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그 작은 이해가 쌓여 하루하루를 버텨낼 힘이 된다고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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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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