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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형 파킨슨증, 눈은 건조한데 눈물이 넘치는 이유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26일
3분 분량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선생님, 눈이 뻑뻑한데 자꾸 눈물이 흘러요." 비정형 파킨슨증, 특히 진행핵상마비(PSP) 환자에게서 유독 많이 나오는 호소다. 언뜻 모순처럼 들리지만 이 둘은 실제로 같은 뿌리에서 나오는 증상이다.

왜 눈이 마르기 시작하는가

비정형 파킨슨증은 파킨슨병과 겉으로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진행 양상이 다른 질환군을 통칭하는 말이다. 진행핵상마비, 다계통위축, 피질기저핵변성, 루이소체 치매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가운데 눈 증상이 가장 많이 연구된 것이 진행핵상마비다.

핵심 원인은 깜빡임 횟수의 급격한 감소다. 보통 사람은 분당 15~20회 정도 눈을 깜빡이지만, 파킨슨병 환자는 이보다 크게 줄어든다. 진행핵상마비 환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분당 3~4회까지 떨어지는 경우가 보고된다. 한 연구에서는 진행핵상마비 환자의 깜빡임 횟수가 분당 3.0회로, 파킨슨병 환자의 분당 12.5회보다 현저히 낮았다.

깜빡임은 단순히 눈을 감았다 뜨는 동작이 아니다. 눈물막을 고르게 펴 바르고 수분 증발을 막아주는 필수 작업이다. 깜빡임이 줄면 수성 성분이 그만큼 빨리 증발하면서 눈물막이 얇아지고 점액층도 오염된다. 여기에 눈물샘을 조절하는 자율신경 기능 자체가 떨어지는 것도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기존 접근이 놓치기 쉬운 부분

많은 경우 안구건조를 노화에 따른 흔한 증상으로 여기고 인공눈물 처방 정도로 마무리한다. 하지만 비정형 파킨슨증에서는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진행핵상마비 환자는 깜빡임 감소 외에도 눈꺼풀 자체의 움직임 이상을 함께 겪는 경우가 많다. 눈꺼풀이 저절로 강하게 감기는 안검경련, 눈을 뜨는 동작 자체를 시작하지 못하는 눈꺼풀 뜨기 실행증이 대표적이다. 한 임상 연구에서는 38명의 환자 중 10명, 약 26%에서 이런 증상이 확인됐고, 이 환자군은 위를 쳐다보는 눈 움직임의 마비도 더 심했다.

여기에 눈꺼풀 뒤당김까지 겹치면 놀란 듯한 표정과 함께 안구건조가 더 뚜렷해진다. 그리고 이 건조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눈이 반사적으로 눈물을 쏟아내는 것이다. 즉 눈물이 넘친다는 호소는 눈이 촉촉하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건조가 심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치료제도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다. 파킨슨증에 흔히 쓰이는 항콜린성 약물은 눈물 생성을 줄이는 부작용이 있고, 아만타딘은 각막 상피와 내피에 독성 징후를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눈 증상이 질환 자체 때문인지 복용 중인 약물 때문인지 함께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임상 메모.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에서는 주관적 안구건조 유병률이 61.1%로 나타났다. 대조군에 비해 깜빡임 횟수가 유의하게 낮고, 각막이 더 얇으며, 눈물막이 더 빨리 깨지고, 눈물 분비량도 더 적었다. 각막 기질층 두께는 병의 이환 기간과 중증도가 심할수록 더 얇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리하나

단일 처방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증상 조합에 맞춰 여러 방법을 함께 쓰는 것이 현실적이다.

  • 인공눈물 : 깜빡임 감소로 인한 기본적인 안구건조 완화에 사용한다.

  • 눈물 연고 : 아침에 눈뜨기가 특히 힘든 경우, 저녁에 넣고 자면 아침 증상이 줄어들 수 있다.

  • 보툴리눔 톡신 주사 : 안검경련이나 눈꺼풀 뜨기 실행증이 있는 경우 눈꺼풀·눈썹 부위에 주사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눈꺼풀 지지대 : 실행증으로 눈을 뜨기 어려운 환자에게 물리적으로 보조하는 방법이다.

  • 온열 찜질과 실내 습도 관리 : 지방샘 막힘을 완화하고 눈물막 질을 개선하는 데 보조적으로 도움이 된다.

  • 의식적으로 자주 깜빡이려는 노력 : 간단하지만 꾸준히 실천하면 증상 완화에 보탬이 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챙겨야 할 부분이 있다. 손 떨림이나 운동장애가 있는 환자는 인공눈물을 스스로 넣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이런 경우 점안 보조기구를 활용하거나 보호자가 점안 방법을 익혀 도와주는 것이 실제 관리의 시작점이 된다.

임상적으로 눈여겨봐야 할 신호

눈꺼풀 뒤당김, 안검경련, 눈꺼풀 뜨기·감기 실행증은 단순한 불편감을 넘어 파킨슨병과 진행핵상마비를 구별하는 신경안과적 단서로도 여겨진다. 레보도파에 잘 반응하지 않는 파킨슨 증상, 낙상을 동반한 자세 불안정, 눈 움직임 이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이런 안구 증상이 조기 진단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근거는 주로 파킨슨병과 진행핵상마비를 중심으로 확인된 것이다. 다계통위축이나 피질기저핵변성에서 안구건조가 어떤 경로로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확실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다계통위축의 자율신경 기능부전이 눈물 분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지만, 이는 파킨슨병 자료에서 유추한 추정일 뿐 단정할 수 없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다.

보호자가 함께 챙겨야 할 이유

안구건조를 방치하면 각막이 손상되고 시야가 흐려지며, 이는 곧 낙상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균형 문제를 겪고 있는 비정형 파킨슨증 환자에게 시야 문제까지 더해지면 일상의 위험이 배로 늘어난다. 그래서 눈 증상은 사소한 불편이 아니라 전체적인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로 봐야 한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환자와 보호자가 이런 세세한 증상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도록, 눈 관리부터 약물 검토, 점안 보조까지 일상 속 작은 부분들을 함께 살핀다. 눈이 건조한데 눈물이 넘친다는 낯선 호소도, 원인을 알고 나면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증상이다. 오늘의 작은 관리가 내일의 더 안전한 일상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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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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