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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뇌졸중, 산모가 놓치기 쉬운 위험 신호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20일
4분 분량

최근 진료실에서 임신 후반기 두통과 손저림을 호소하던 산모를 만난 적이 있다. 대부분은 임신으로 인한 흔한 증상이지만, 그 이면에 뇌졸중이 숨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정밀검사를 권한 사례였다. 임신과 뇌졸중이라는 조합은 낯설게 느껴지지만, 산모 사망 원인에서 결코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임신이라는 특수한 뇌혈관 위험기

임신은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독특한 뇌졸중 위험 요인을 만든다. 국제적으로 전 세계 산모 사망의 7.7~15%가 뇌졸중과 관련이 있으며, 생존한 여성의 30~50%는 이후에도 신경학적 결손을 안고 살아간다. 미국 심장협회가 2026년 1월 발표한 최신 과학성명에 따르면 산모 뇌졸중은 10만 임신당 20~40건 정도로 드문 편이지만, 미국에서는 임신 관련 사망의 약 4~6%를 차지할 만큼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미국, 캐나다, 핀란드 등 여러 나라의 등록 연구에서는 임신 관련 뇌졸중 발생이 늘어나는 추세가 보고되고 있다. 이는 진단 기술이 좋아진 영향도 있지만, 고령 임신과 임신성 고혈압질환, 당뇨병, 비만처럼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요인들이 실제로 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왜 진단이 늦어지는가

임신 중 뇌졸중이 위험한 이유 중 하나는 진단 자체가 지연되기 쉽다는 점이다. 뇌졸중의 전형적 증상인 얼굴 처짐, 팔 약화, 언어 장애는 임신 중 흔히 겪는 다른 상태와 겹쳐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안면신경염, 즉 벨마비도 얼굴 처짐을 일으키고, 임신 중 흔한 손목터널증후군도 손의 저림과 약화를 유발한다. 다만 손목터널증후군은 팔 전체의 약화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별의 실마리가 된다.

이런 증상 혼동 때문에 응급실에서 임신 관련 뇌졸중이 오진될 위험이 있다는 연구도 최근 보고된 바 있다. 여기에 임신부와 수유부를 대상으로 한 임상 근거 자체가 부족하다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 현행 뇌졸중 예방·치료 지침은 이 시기의 환자를 위한 지침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 미국 심장협회 패널도 임신부와 수유부를 임상시험에 더 많이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종 간 격차 역시 풀리지 않은 문제다. 2020년 메타분석에 따르면 흑인 임산부는 사회경제적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백인 임산부보다 뇌졸중 위험이 두 배 높게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생활습관 문제가 아니라 의료 접근성과 조기 발견 체계의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임신성 고혈압질환, 뇌졸중 위험의 핵심 변수

임신 중 뇌졸중 위험을 이해하려면 먼저 몸의 변화를 알아야 한다. 임신 중에는 혈액이 잘 응고되는 방향으로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고, 심혈관계와 면역계도 적응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 임신 중 감염까지 더해지면 뇌졸중 위험이 함께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임신성 고혈압, 자간전증과 자간증, 만성 고혈압에 자간전증이 겹친 경우를 포함한 임신성 고혈압질환은 뇌졸중 위험을 최대 5배까지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예방 전략도 이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 발작 예방을 위한 황산마그네슘 투여

  • 뇌졸중 위험을 낮추기 위한 항고혈압제 사용

  • 고위험군에서 자간전증 위험을 낮추는 저용량 아스피린 매일 복용

편두통 병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편두통이 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최대 2배 높은 것으로 보고되며, 특히 45세 미만 젊은 여성에서 뚜렷하다. 임신 전 두통질환 병력이나 임신 중 새로 생긴 두통은 뇌졸중 위험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출산 후에도 경계는 끝나지 않는다

뇌졸중 위험은 출산과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산모가 신생아 돌봄에 지쳐 자신의 몸 상태를 살필 여유가 없는 산욕기에도 위험은 이어진다. 얼굴, 팔, 다리에서 갑자기 느껴지는 저림, 어지럼증, 시력 소실,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 발음이 어눌해지는 증상은 산후에도 반드시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경고 신호다.

특히 제왕절개로 출산한 경우 산후 뇌졸중 위험이 다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수술 과정과 이어지는 정적인 회복 기간이 혈전 발생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2025년 8월 발표된 연구에서는 조산, 임신성 당뇨병, 자간전증, 유산, 사산 같은 임신 합병증을 겪은 여성에서 50세 이전 조기 뇌졸중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령을 보정한 뒤에도 뇌졸중을 겪은 환자군에서 임신 합병증 경험 비율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다만 연구진은 이 결과가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며, 전체적인 뇌졸중 위험 자체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함께 밝혔다. 불안감을 키우기보다는 위험 요인을 하나씩 인지하고 관리하는 계기로 받아들이는 편이 합리적이다.

임상 메모. 국내 다기관 연구에서는 임신 전 뇌혈류가 안정적이거나 필요한 수술을 마친 모야모야병 산모의 뇌졸중 발생률이 1.1%에 그친 반면, 임신 중 새로 진단된 경우는 크게 높게 나타났다. 이는 희귀질환을 가진 소규모 집단의 결과이지만, '임신 전 평가와 준비'가 뇌혈관 위험을 관리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진료 현장에서 달라져야 할 것들

미국 심장협회 성명이 강조하는 지점은 명확하다. 임신 관련 뇌졸중 예방은 임신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뇌졸중 일차 예방을 위한 일반적인 생활습관 관리가 임신 가능한 모든 사람에게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 여기에 고혈압성 질환 병력이나 편두통, 고령 임신 같은 고위험 요인을 가진 경우에는 더 세심한 관리가 추가로 필요하다.

또한 임신 중이라는 이유로 급성기 뇌졸중 치료가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항혈전 요법이나 필요한 경우의 혈전제거술 같은 표준 치료는 임신 여부와 관계없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뇌졸중을 겪은 이후에는 신경과와 산부인과가 함께 상담에 참여해, 다음 임신 계획을 안전하게 세울 수 있도록 돕는 협진 체계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다만 이 모든 접근은 위험을 '낮추는' 조치일 뿐, 뇌졸중을 완전히 막아주는 방법은 아니다. 얼굴 처짐이나 손저림 같은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뇌졸중은 아니지만, 자가진단으로 넘기기보다는 즉시 진료를 통해 원인을 가려내는 것이 안전하다.

회복과 이후 삶을 함께 준비하는 일

임신 중이나 산후 뇌졸중을 겪은 산모와 가족을 만나면, 급성기 치료 이후의 삶에 대한 막막함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신경학적 결손이 남았을 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약물 치료를 넘어,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꾸준한 재활과 돌봄이다. 로뎀요양병원에서도 뇌졸중 이후 회복 과정에 있는 환자들이 자신의 속도에 맞춰 기능을 회복하고, 가족이 안심하고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데 마음을 쏟고 있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인생의 큰 사건이 뇌졸중으로 얼룩지지 않도록, 작은 신호도 놓치지 않는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한 이유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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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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