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 있는데 약이 안 듣는다면, 비정형 파킨슨증 의심 시점
- Jacob Y
- 2일 전
- 3분 분량
최근 진료실에서 손 떨림과 보행 둔화로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온 환자 한 분이 약을 꾸준히 복용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진행 속도도 예상보다 빨랐고, 넘어지는 일이 잦았다. 이런 경우 원장으로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바로 비정형 파킨슨증이다.
파킨슨병과 비정형 파킨슨증, 근본이 다르다
파킨슨병은 중뇌 흑질에 있는 도파민성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이상운동질환이다. 손 떨림, 몸의 경직, 느린 움직임이 특징이며 도파민 보충 약물에 비교적 잘 반응하는 편이다. 반면 진행핵상마비(PSP), 다계통위축증(MSA), 피질기저퇴행(CBD), 루이체치매(DLB) 등은 비정형 파킨슨증 또는 파킨슨 플러스 증후군으로 묶인다. 이들 질환은 겉보기에 파킨슨병과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도파민 작용제에 잘 반응하지 않고, 대체로 파킨슨병보다 진행이 빠르며 예후도 나쁘다.
파킨슨증은 이 두 범주 외에도 원인이 다양하다. 혈관계 문제, 특정 약물, 감염, 독성 물질, 뇌의 구조적 이상 등이 파킨슨증 유사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항정신병제나 항구토제, 발프로산나트륨 같은 약물이 유발하는 약물 유발 파킨슨증은 임상에서 흔히 접하는 사례다. 피질기저증후군(CBS)의 경우 가장 흔한 원인이 4반복 타우병증인 피질기저퇴행이지만, 진행성 핵상마비나 알츠하이머병, 전두측엽퇴행 등과도 감별이 필요하다.
왜 초기 진단이 어려운가
파킨슨병의 임상 진단 정확도는 여러 연구를 종합했을 때 약 80% 수준에 그친다. 확립된 바이오마커나 특이적 영상 검사가 없어 진단이 임상 평가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비정형 파킨슨증과의 경계는 더욱 모호하다. 초기에는 두 질환군이 임상적으로 상당 부분 겹치고, 시간이 지나면서 표현형이 바뀌기도 하며, 이를 명확히 나눠줄 단일 검사가 아직 없다.
그래서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진단명이 고정되지 않고 유동적인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파킨슨병으로 진단했다가 증상 진행 양상이 특정 비정형 파킨슨증에 더 부합하는 쪽으로 바뀌면 진단명을 수정하기도 한다. 이런 오분류는 예후 판단을 늦추고 환자 관리 방향을 흐트러뜨릴 수 있어, 초기 단계일수록 증상 관찰과 약물 반응을 종합적으로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영상 검사의 역할과 한계
도파민 운반체 PET(DAT-PET)은 약물 유발성 파킨슨증후군이나 혈관성 파킨슨증, 본태성 진전과 구분하는 데는 유용하다. 하지만 도파민성 신경세포 손상 자체는 파킨슨병과 비정형 파킨슨증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 둘을 가려내는 용도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최근 국내 영상의학 연구에서는 확산텐서영상(DTI)을 활용한 감별 가능성이 제시되기도 했다. 후방 흑질의 FA 값은 정상군보다 파킨슨병, 진행성핵상마비, MSA-P 모두에서 낮게 측정되었고, 후방 꼬리핵의 FA 값은 MSA-P가 진행성핵상마비보다 더 낮게 나타나 두 질환의 구분에 참고할 만한 소견으로 보고되었다. MSA-P는 꼬리핵과 가리비핵 부위의 FA 감소와 MD 증가가 파킨슨병보다 뚜렷했고, MSA-C는 소뇌 부위에서 유사한 변화가 관찰되었다. 다만 이런 영상 소견은 어디까지나 보조적 참고 지표로, 단독으로 진단을 확정 짓는 도구는 아니다.
진료실에서 눈여겨보는 적신호
실제로 비정형 파킨슨증을 의심하게 되는 순간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질병 초기부터 파킨슨병 약물에 반응이 없거나 미미한 경우, 증상 진행이 유독 빠른 경우, 배뇨 장애나 기립 저혈압 같은 자율신경계 증상 혹은 보행 실조 같은 소뇌 증상이 이른 시기부터 나타나는 경우, 낙상이 심한 경우, 치매가 초기부터 함께 오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소뇌기능 이상이나 하방 안구운동 장애
초기부터 뚜렷한 인지장애나 실행 능력 저하(실증)
초기부터 나타나는 삼킴장애, 말어눌함, 흡기성 호흡장애
초기부터 심한 자율신경계 이상
반복적인 낙상
고용량 레보도파에도 반응이 없는 경우
진행핵상마비(PSP)는 특히 특징적인 임상 양상을 보인다. 파킨슨병은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몸의 중심을 잡기 어려운 체위 불안정이 나타나는 반면, 진행핵상마비는 초기부터 이 증상이 나타나 자주 넘어지게 된다. 목 뒤 근육을 비롯한 몸통 중심 근육이 굳어 목을 뒤로 젖히며 걷는 모습이나, 아래쪽을 바라보는 눈운동이 어려워 계단을 내려갈 때 유독 힘들어하는 모습도 특징적이다. 뇌 MRI에서 중뇌 위축이 비정상적으로 심하게 나타나거나, 뇌포도당 PET에서 전두엽과 중뇌의 대사 기능이 저하된 소견도 진단에 참고할 수 있다.
임상 메모. 파킨슨병 약물을 꾸준히 써도 손 떨림보다는 걸음이 유독 불안정하거나, 자주 넘어지고, 배뇨 문제나 기립 시 어지럼증이 일찍부터 동반된다면 단순히 '약효가 느리다'고 넘기지 말고 비정형 파킨슨증 가능성을 함께 짚어봐야 한다.
결론 – 정확한 감별이 관리의 시작이다
비정형 파킨슨증은 파킨슨병보다 진행이 빠르고 약물 반응도 제한적이지만, 그렇다고 관리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확한 감별이 이뤄질수록 환자에게 맞는 재활 계획과 돌봄 방향을 더 일찍 세울 수 있다. 낙상 위험을 줄이는 환경 조성, 삼킴장애에 대비한 식이 관리, 자율신경계 증상에 맞춘 생활 조정 등은 진단명이 무엇이든 조기에 시작할수록 환자의 일상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된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파킨슨병과 비정형 파킨슨증을 구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환자의 증상 진행 양상과 약물 반응, 낙상·삼킴·자율신경 문제 같은 동반 증상을 종합적으로 살펴 개별화된 요양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진단이 유동적인 시기라 하더라도 환자와 보호자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꾸준히 경과를 관찰하며 필요한 지원을 이어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정확한 이해와 세심한 관찰이 쌓이면, 어떤 형태의 파킨슨증이든 환자의 남은 일상을 조금 더 편안하게 지켜줄 수 있다고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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