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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과 어지럼증, CJD 초기 신호일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27일
3분 분량

얼마 전 진료실에 어지럼증과 두통을 몇 주째 겪고 있다며 인터넷에서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정보를 찾아봤다는 보호자가 찾아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통과 어지럼증만으로 CJD를 의심할 근거는 약하다. 다만 이 증상이 프로드롬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 무엇을 함께 살펴야 하는지 정리해 두려 한다.

CJD는 어떤 병인가

CJD는 비정상적으로 접힌 프리온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서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정상 프리온 단백질이 서서히 변형된 프리온으로 대체되며 뇌 조직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생기고, 그 자리에서 뇌 기능이 사라진다. 발생률은 연간 백만 명당 1~2명 수준으로 매우 드물며, 원인에 따라 산발성(85%), 유전성(10~15%), 의인성, 변종성으로 나뉜다.

경과는 빠르다. 발병 후 1년 이내 사망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고, 몇 주에서 몇 개월 사이에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초기 단계에서는 무력감, 수면 습관 변화, 체중 감소, 집중력 저하, 시각 장애, 수족 감각 이상, 어지럼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해외 자료에서도 병의 1단계는 평균 9주 정도 지속되며 어지럼증, 두통, 우울, 불안, 신경과민을 특징으로 한다고 정리한다.

기존 접근의 한계 – 두통·어지럼증만으로는 부족하다

문제는 두통과 어지럼증이 지나치게 흔한 증상이라는 데 있다. 편두통, 전정기능 장애, 경추성 어지럼, 불안장애, 뇌혈관질환까지 원인이 될 수 있는 질환이 셀 수 없이 많다. 실제로 CJD의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기억 상실과 혼동이며, 이는 알츠하이머병 같은 다른 치매와 구분이 쉽지 않다. 일부 환자는 운동실조가 먼저 나타나고, 변종 CJD 환자는 기억 문제보다 불안이나 우울 같은 정신과적 증상이 먼저 두드러지는 경향도 보고된다.

정신행동 증상의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연구에서는 산발성 CJD 환자의 상당수가 신경학적 징후가 나타나기 전 초조, 환각, 불안, 우울 같은 정신과적 전구 증상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두통과 어지럼증만 있는 상태에서 CJD를 특정하는 것은 현재 의학 수준에서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비인후과나 신경과 진료 초기에 어지럼증으로 내원했다가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급속 진행성 인지저하가 확인된 증례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임상 메모. 어지럼증이 CJD의 첫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어지럼증 단독으로 이비인후과를 먼저 찾는 CJD 환자는 더욱 드문 사례로 보고된다.

구체적으로 살펴야 할 동반 증상

CJD를 시사하는 핵심 단서는 특정 증상의 종류가 아니라 진행 속도와 동반되는 증상의 조합이다. 다음과 같은 변화가 수 주에서 수개월 사이에 함께 나타난다면 신경과 진료를 서두르는 편이 좋다.

  • 단기 기억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한다

  •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지고 균형을 잘 잡지 못한다

  • 손이나 팔다리에 갑작스러운 근육 떨림(근간대경련)이 나타난다

  • 성격이나 감정 기복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다

  • 시야가 흐려지거나 사물이 이상하게 보인다는 호소가 늘어난다

반대로 두통과 어지럼증만 있고 몇 주가 지나도 위와 같은 신경학적 이상이 전혀 동반되지 않는다면, CJD보다는 전정질환, 편두통, 경추 문제, 불안장애처럼 훨씬 흔한 원인을 먼저 감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실제 증례 보고에서도 어지럼증과 균형 장애로 시작해 시간이 지나 급격한 인지기능 저하로 진행한 경우가 있었지만, 이는 소수의 비전형 사례였다.

진단은 문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CJD가 전수 감시 대상 감염병으로 관리되고 있어, 의료기관은 의심 사례를 규정된 절차에 따라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에 등록하도록 되어 있다. 확진에는 문진 외에 뇌 MRI, 뇌파(EEG), 뇌척수액 14-3-3 단백질 검사 등 객관적 보조 검사가 함께 필요하며, 최종 확인을 위해 부검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런 신중한 절차는 단순히 두통과 어지럼증만으로 성급하게 결론 내리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만약 CJD로 판정된다면, 산정특례 등록을 통해 간병료, 인공호흡기 대여료, 요양급여비용 본인부담금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되어 있다. 병 자체는 치료법이 없는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환자와 가족이 경제적 부담까지 혼자 짊어지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는 갖춰져 있는 셈이다.

임상적 의미와 마무리

결국 진료실에서 중요한 질문은 '두통과 어지럼증이 있느냐'가 아니라 '그 증상이 다른 신경학적 변화와 함께 얼마나 빠르게 진행하느냐'다. 근거 없이 CJD를 먼저 떠올리며 불안해하기보다, 증상의 흐름을 차분히 기록하고 변화가 있을 때 신경과 진료를 받는 편이 훨씬 실질적인 대응이다.

실제로 CJD로 진단받아 로뎀요양병원에 오시는 분들을 보면, 초기에는 두통이나 어지럼증처럼 흔한 증상으로 시작해 뒤늦게 병을 알게 된 경우가 많다. 진단이 늦어졌다고 해서 남은 시간이 의미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병의 진행 속도가 빠른 만큼, 환자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과 세심한 간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매번 확인한다. 두통과 어지럼증이 걱정되어 찾아오는 분들께 정확한 정보를 드리는 것, 그리고 이미 진단을 받은 가족에게는 남은 시간을 함께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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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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