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D 환자 연하곤란, 식사 돌봄은 어떻게 바꿔야 할까
-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 8월 19일
- 4분 분량
지난달 재가 돌봄 중인 CJD 환자의 보호자가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왔다. 며칠 전부터 밥을 먹을 때마다 사레가 들리는데, 그래도 환자가 입으로 먹고 싶어 하니 계속 먹여도 괜찮은지 물었다. 이 질문에는 CJD 돌봄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딜레마가 담겨 있다.
CJD, 왜 삼킴장애가 뒤따르는가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은 프리온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접히면서 중추신경계가 손상되는 희귀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병이 진행하면서 빠르게 진행하는 치매와 근간대경련이 나타나고, 어느 시점에 이르면 움직임, 말하기와 함께 삼킴 기능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산발성 CJD의 경우 병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 중앙 생존기간이 6~12개월에 그치고, 대부분의 환자는 4~6개월에 걸쳐 인지·운동 기능을 잃어간다.
진료 현장에서 보면 연하곤란은 단순히 '밥을 잘 못 먹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삼킴 기능이 떨어지면 음식물이나 침이 기도로 잘못 넘어가는 흡인이 반복되고, 이는 흡인성 폐렴으로 이어져 CJD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가 된다. 그래서 연하곤란이 나타나는 시점을 가족이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돌봄의 첫걸음이다.
기존 접근의 한계 — '삼키기 어려우면 관 영양'이라는 단순한 흐름
현재까지 CJD 자체를 되돌리거나 진행을 멈추는 치료법은 없다. 그래서 임상 대응은 증상 조절과 지지 돌봄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연하곤란 관리도 예외가 아니다. 병이 진행하면서 영양 섭취가 줄어들면 비위관이나 경피적 내시경 위루술(PEG)을 통한 경관영양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표준처럼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이 흐름이 다소 단순화돼 있다는 점이다. 삼킴 기능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도 '흡인 위험이 있으니 관으로 전환한다'는 판단이 앞서면, 환자와 가족이 원하는 경구 섭취의 시간을 필요 이상으로 빨리 포기하게 될 수 있다. 반대로 삼킴 기능을 과신해 계속 입으로 먹이다가 흡인이 반복되는 경우도 있다. CJD는 진행이 매우 빨라 장기 생존자의 삼킴 기능 자료 자체가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도 있어, 언제 전환해야 하는지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이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새로운 관찰 — 진행이 느린 CJD에서 확인된 삼킴 기능의 변화
흥미로운 점은 CJD 안에서도 아형에 따라 삼킴장애의 양상과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상대적으로 흔한 유전성 CJD(V180I 변이)는 평균 유병기간이 23~27개월로 산발성 CJD보다 길고, 5년 이상 생존하는 사례도 보고돼 있다. 이런 장기 생존 증례를 추적한 연구에서는, 구강에서 인두로 음식물이 넘어가는 과정은 점차 나빠지고 삼킴이 시작되는 시점도 점점 늦어졌지만, 인두 자체의 삼킴 기능은 발병 후 72개월이 지나서도 어느 정도 보존돼 있었다.
이런 양상은 무동무언증 상태에서도 뇌간의 기능은 비교적 유지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의학적으로는 가성구마비 형태의 연하곤란으로 설명된다. 다만 같은 연구에서도 발병 42개월째에는 결국 삼킴 안전을 위해 위루술을 시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즉 삼킴 기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더라도, 안전을 위해 경관영양이 필요해지는 시점은 따로 온다는 뜻이다.
임상 메모. 특정 유전자 변이에서 나타나는 장기 생존 양상을 모든 CJD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이 변이는 유럽·미국에서는 드물고, 산발성 CJD는 훨씬 빠르게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삼킴장애가 와도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식의 막연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
구체적인 식사 돌봄 방법
CJD에 특화된 연하곤란 식이 지침이 따로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노인성·뇌졸중 후 연하곤란에 적용되는 일반 원칙은 CJD 환자의 경구 섭취를 유지하는 데도 참고할 만하다. 실제로 병원 영양팀에서는 삼킴 기능 정도에 따라 유동식, 연하보조식 1·2단계, 치아보조식, 일반식 순으로 단계를 나눠 접근한다.
음식은 실온으로 준비하고, 너무 뜨겁거나 찬 음식, 자극적인 음식은 피한다.
입안에서 쉽게 흩어지는 음식보다 적당히 덩어리를 이루는 부드러운 음식을 택한다.
한 번에 조금씩, 여러 번 나누어 삼키도록 돕고 식사량이 적으면 소량씩 자주 먹인다.
밥을 국이나 물에 말아 먹지 않고, 물을 마실 때는 빨대나 점도증진제를 활용한다.
으깬 감자, 부드러운 빵, 찜류의 육류·생선, 숙채류, 플레인 요거트, 바나나 같은 무른 과일이 비교적 안전하다.
거친 잡곡·떡·크래커·긴 면발, 질긴 고기와 채소, 견과류, 물기 많거나 말린 과일은 피한다.
식사 전에는 자세를 바로잡고 주변을 정돈해 환자가 식사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CJD 환자의 침이나 눈물, 대소변 같은 체액에는 감염력이 검출되지 않아 손으로 먹여주거나 그릇을 함께 쓰는 등 밀접한 식사 돌봄 자체는 격리나 특수 소독 없이 가능하다. 뇌나 뇌척수액, 안구, 혈액처럼 감염 위험이 있는 조직을 다루는 의료·검사 상황과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손으로 먹여주는 돌봄을 피할 필요는 없다.
임상적 의미 — 아형에 따라 돌봄의 속도를 다르게 짜야 한다
산발성 CJD처럼 진행이 빠른 경우에는 연하곤란이 나타나면 상대적으로 이른 시점에 경관영양 전환을 의료진과 상의해 두는 편이 현실적이다. 반면 진행이 느린 유전성 CJD 등에서는 자세 교정, 음식 농도 조절, 소량씩 자주 먹이기 같은 세심한 식사 돌봄이 단순한 삶의 질 문제를 넘어 생존 기간과도 관련될 수 있다는 점이 보고돼 있다.
가족이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는 '삼킬 수 있으니 계속 입으로 먹여도 안전하다'는 판단이다. 앞서 본 증례처럼 인두 삼킴 기능이 일부 남아 있어도 음식물이 넘어가는 속도가 느려지고 삼킴이 늦게 시작되면 흡인 위험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그래서 비디오투시연하검사 같은 정기적인 재평가와, 위루술 등 전환 시점에 대한 의료진과의 논의를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연하보조식이나 점도증진제가 흡인 위험을 줄여주는 것은 맞지만, 이것이 흡인성 폐렴을 완전히 막아준다는 뜻은 아니다. 이런 방법들은 어디까지나 위험을 낮추는 보조 수단이며, CJD의 진행 자체를 멈추지는 못한다는 점을 가족들에게 분명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
제도적 지원도 함께 챙겨야 한다
CJD는 희귀난치성질환 산정특례 대상에 포함돼, 등록일로부터 5년간 해당 상병 진료 시 요양급여비용총액의 10%만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 진단이 확정되면 가능한 빨리 등록을 안내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재가 돌봄이 힘에 부치는 시기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등급 신청을 통해 방문요양, 방문간호 같은 재가급여를 받을 수 있어, 삼킴장애가 있는 환자의 식사 보조 인력 지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다만 산정특례나 장기요양등급의 세부 기준은 시점에 따라 바뀔 수 있으므로, 신청 전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보건소 같은 공식 창구에서 최신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연하곤란은 CJD 돌봄에서 가장 힘든 국면 중 하나이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지켜만 볼 문제는 아니다. 자세와 음식 형태를 세심하게 조절하고, 감염에 대한 불필요한 두려움은 내려놓으며, 전환의 시점을 의료진과 미리 이야기해 두는 것만으로도 환자와 가족이 함께 견딜 수 있는 시간은 분명히 늘어난다. 로뎀요양병원에서도 이런 세심한 관찰과 단계별 식이 조정을 통해 환자 한 명 한 명의 상태에 맞는 돌봄 계획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힘든 여정이지만, 곁에서 함께 방법을 찾아가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가족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길 바란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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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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