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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S 환자와 반려동물, 돌봄은 누가 맡아야 할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10월 9일
3분 분량

얼마 전 진료실에서 한 보호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희 집 강아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환자 본인의 호흡과 연하 기능을 걱정하던 중에 나온 질문이라 더 마음에 남았다. ALS는 환자의 삶만 바꾸는 병이 아니다. 함께 사는 반려동물의 삶, 그리고 그 반려동물을 돌보던 손길까지 흔들어 놓는다.

근육이 아니라 일상이 무너지는 병

ALS, 즉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은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병이다. 팔다리 힘이 빠지고 호흡과 삼킴 기능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환자는 숟가락을 드는 일부터 걷는 일까지 하나씩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잘 언급되지 않는 부분이 바로 반려동물이다. 진단 전까지는 아침마다 밥을 챙겨주고 저녁마다 산책을 시키던 환자가, 병이 진행되면서 그 일을 더 이상 혼자 해낼 수 없게 된다. 반려동물에게 밥을 주고 산책을 시키는 일은 사소해 보이지만, 몸을 움직여야 하는 분명한 신체 활동이기 때문이다.

가족 돌봄자에게 떠넘겨지는 부담

문제는 그 돌봄의 공백을 누가 메우느냐다. 서울대병원이 ALS 가족 돌봄제공자 98명을 조사한 결과, 돌봄 시간은 평일 중앙값 13시간, 주말 15시간에 달했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환자 곁에서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조사에서 90% 이상이 우울감을 호소했고, 10명 중 3명 정도는 중증 우울증에 해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려동물 돌봄까지 가족 돌봄자의 몫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돌봄자의 여력이 이미 바닥난 상태라는 점이다. 국내 질적 연구에서는 한국 ALS 가족 돌봄자의 경험을 '환자의 고통을 지켜보는 좌절', '헌신의 대가로 오는 번아웃', '도움이 절박하게 필요한 상태'로 정리한 바 있다. 이런 상태의 돌봄자에게 반려동물 산책과 배변 처리까지 얹히면, 돌봄의 질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임상 메모. 해외 사례를 보면 가족 돌봄자가 가장 흔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항목 중 하나가 바로 '반려동물 돌봄'이다. 식사 준비, 심부름, 잠깐의 휴식과 함께 언급될 만큼, 반려동물 돌봄은 이미 돌봄 부담의 한 축으로 다뤄지고 있다.

왜 반려동물을 포기하지 못할까

그럼에도 많은 환자와 가족은 반려동물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몸이 굳어가는 와중에도 곁을 지키는 존재가 주는 위안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해외 ALS 환자단체에서 소개된 한 사례에서는 가족 구성원이 반려동물에 대해 "환자 본인만큼이나 가족을 위해서도 존재하게 된다. 때로는 가족에게 약간의 구조(루틴)를 준다"고 말했다. 서비스견과 함께 외출한 한 환자는 "혼자일 때는 보이지 않는 존재지만, 반려견과 함께면 사람들 앞에서 록스타가 된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다만 이런 이야기는 개인의 경험담이지, 모든 ALS 환자에게 똑같은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는 아니다. 반려동물이 환자의 우울이나 외로움을 없애준다고 단정할 만한 대규모 임상 자료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반려동물은 위안을 줄 수 있는 존재이지, 치료 수단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혼자 떠안지 않는 돌봄 분담이 핵심

그렇다면 현실적인 해법은 무엇일까. 핵심은 반려동물 돌봄을 환자나 주 돌봄자 한 사람의 몫으로 두지 않는 것이다. 몇 가지 분담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 가족 구성원 간 역할 분담: 산책은 자녀, 먹이는 다른 가족 구성원이 맡는 식으로 업무를 쪼갠다

  • 이웃·지인·자원봉사자 활용: 해외 환자단체 지원 프로그램에서는 반려동물 돌봄을 자원봉사 업무 항목으로 명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역 커뮤니티나 종교단체, 환우회를 통해 비슷한 도움을 구할 수 있다

  • 임시보호·위탁 서비스 고려: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시기에는 일시적으로 반려동물을 가족·지인에게 맡기거나 위탁 돌봄을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 다학제 진료팀에 미리 알리기: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 진료팀에 반려동물 돌봄 고민을 공유하면, 지역 내 자원 연계를 안내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제도적 공백도 알아둬야 한다

국내에는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산정특례, 장기요양등급, 장애인활동지원 같은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2026년 11월부터는 중증근육성희귀질환 전문요양병원 건강보험 시범사업도 시작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제도는 환자 본인의 의료와 돌봄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반려동물 돌봄을 직접 지원하지는 않는다.

장기요양등급도 '어떤 병을 진단받았는가'가 아니라 '일상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필요한가'를 기준으로 판정된다. 즉 루게릭병 진단만으로 특정 등급이 자동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며, 반려동물 돌봄은 더더욱 이 등급 안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부 지자체에서 취약계층 대상 반려동물 돌봄 지원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모든 ALS 환자 가구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전국 단위 제도는 아직 없다. 이런 사각지대를 미리 알고 있어야, 막상 돌봄이 벅차질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임상 현장에서 바라본 의미

ALS 진료는 환자의 호흡, 영양, 거동만 챙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환자를 둘러싼 삶 전체, 그 안에 있는 반려동물까지 함께 고려해야 진짜 돌봄 계획이 완성된다. 진단 초기부터 사회복지 상담 항목에 반려동물 돌봄 계획을 넣어두면, 병이 진행된 뒤 갑작스럽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

로뎀요양병원에서도 환자 한 사람만이 아니라 그 곁의 가족, 그리고 가족이 지켜온 소중한 존재까지 함께 헤아리는 돌봄을 고민한다. 반려동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가족이 지치지 않도록, 작은 분담과 연결고리를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이 결국 더 오래, 더 편안하게 함께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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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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