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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S 진행 늦추는 식습관, 어디까지 근거가 있을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10월 8일
3분 분량

최근 진료실에서 보호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 있다. "고지방 식이를 하면 진행이 늦춰진다던데, 저희도 해봐야 할까요."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와 실제 연구 결과 사이에는 꽤 큰 간극이 있어, 오늘은 그 간극을 짚어보려 한다.

체중이 줄면 왜 위험한가

ALS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질병 초기부터 체중이 서서히 빠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연하곤란 때문에 못 먹어서만이 아니다. ALS 자체가 몸의 대사를 항진시켜, 가만히 있어도 에너지를 더 많이 소모하는 상태를 만든다. 먹는 양은 그대로인데 몸은 더 많은 칼로리를 요구하니 체중이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이 체중 감소가 단순한 외형 변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여러 연구에서 체중·BMI 감소 정도가 생존 기간을 예측하는 독립적인 지표로 보고된다. BMI가 1포인트 줄어들 때마다 사망률이 24%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그만큼 '얼마나 먹느냐'는 이 질환에서 단순한 삶의 질 문제를 넘어선다.

기존 접근의 한계,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는 아직 모른다

지금까지 임상 현장의 원칙은 비교적 단순했다. 체중이 줄면 칼로리 섭취를 늘리고, 그래도 안 되면 위루관(PEG) 영양을 고려하는 식이다. 그런데 '얼마나'는 어느 정도 답이 있어도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즉 고지방이 좋은지 고탄수화물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합의된 지침이 없다.

이 공백을 메우려는 연구들이 꾸준히 있었다. 동물 실험에서는 희망적인 결과가 여럿 나왔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넘어가면 결과가 엇갈린다. 동물에게서 통했던 접근이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간극이, 이 분야 연구의 가장 큰 어려움이다.

동물 실험에서는 기대를 모았던 고지방 식이

SOD1 돌연변이 마우스를 이용한 연구들에서는 고지방·고칼로리 식이가 생존율을 최대 38%까지 늘렸다는 보고가 있다. 한 연구에서는 탄수화물 38%, 지방 47%, 단백질 15%로 구성한 고지방 식이가 마우스의 중앙 생존기간을 140일에서 270일로 거의 두 배 늘렸다. 반대로 칼로리를 제한한 마우스는 오히려 생존이 짧아졌다.

다만 케톤식처럼 지방 비중을 극단적으로 높인 식이는 수명 연장 효과를 보이지 않았는데, 이 실험은 11마리만 포함한 소규모 연구여서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동물에서의 이런 결과가 희망적이긴 해도 사람에게서 똑같이 재현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사람 대상 연구, 결과는 엇갈린다

2014년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의 소규모 2상 임상시험에서는 고칼로리·고탄수화물 경관영양을 받은 환자군이 표준 체중유지식을 받은 군보다 더 오래 생존하고 부작용도 적었다. 대조군에서는 절반이 사망했지만 고칼로리군에서는 사망자가 없었다는 결과는 당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를 검증하기 위해 독일을 중심으로 진행된 대규모 무작위배정 임상시험(LIPCAL-ALS)에서는 결과가 달랐다. 고칼로리·고지방 식이가 ALS 환자 전체 집단에서 질병 진행을 바꾸는 효과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28개월 시점 생존확률은 위약군 0.39, 고지방식이군 0.37로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임상 메모. 다만 이 연구를 세부적으로 분석했을 때, 병이 빠르게 진행하는 환자 하위군에서는 고지방식이군의 생존 이득이 유의하게 나타났다. 즉 '모든 환자에게 효과 없음'이 아니라 '일률적으로는 증명되지 않았지만 특정 환자군에서는 가능성이 남아있음'이라는 결론이 더 정확하다.

관찰 연구와 진행 중인 연구들

최대 6년을 추적한 관찰 연구에서는 질병 초기에 지방과 단백질, 특히 육류 섭취가 많았던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더 길었다는 보고도 있다. 다만 이는 관찰 연구일 뿐이어서, 많이 먹는 사람이 애초에 전신 상태가 양호했을 가능성 같은 교란 요인을 배제할 수 없다. 인과관계로 해석하기는 이르다.

현재 영국에서는 조기 고칼로리 식이가 기능 저하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보는 연구가, 유럽에서는 초고칼로리·고지방 보충의 효과를 보는 대규모 다기관 연구가 진행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식이 개입을 받은 환자들 스스로가 '내가 병의 진행에 대해 뭔가 할 수 있다'는 통제감을 느끼고 이를 지속할 동기를 얻었다는 보고다. 이 통제감 자체도 임상에서는 의미 있는 효과라고 본다.

임상적 의미,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나

정리하면 이렇다. '특정 식이가 ALS 진행을 늦춘다'고 단정할 만한 근거는 아직 없다. 하지만 '체중 감소를 방치하면 예후가 나빠진다'는 근거는 비교적 탄탄하다. 그래서 실제 진료에서 강조하는 것은 특정 슈퍼푸드나 특정 비율의 식단을 찾는 일이 아니라, 체중과 섭취량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줄어들기 전에 충분한 칼로리와 단백질을 챙기는 일이다.

  • 체중은 매달 같은 조건에서 측정해 변화 추세를 기록한다

  • 연하곤란이 시작되면 식사 형태를 미리 조정하고, 필요하면 경관영양을 늦지 않게 상담한다

  • 특정 식이요법을 시작하기 전 신경과·영양사와 함께 개별 상태를 확인한다

  • '고지방식=치료'라는 과장된 정보는 거르고, 체중 유지라는 큰 원칙에 집중한다

한국에서 ALS는 희귀난치성질환 산정특례 대상이라 등록하면 진료비 부담을 덜 수 있다. 영양 관리도 결국 이런 제도적 지원과 다학제 진료 안에서 꾸준히 챙길 때 효과가 있다.

로뎀요양병원이 함께 챙기는 이유

환자와 가족을 진료실에서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식단 하나도 혼자 판단하고 혼자 실천하기에는 벅차다는 사실이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신경과 진료와 영양 상담, 연하기능 평가를 함께 묶어 체중 변화를 놓치지 않도록 살핀다. 근거가 완전하지 않은 영역일수록,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진행 속도와 상태에 맞춰 세심하게 조정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작은 끼니 하나까지 함께 고민하는 것, 그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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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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