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ALS 투병 사실, SNS에 알릴지 말지는 환자의 선택이다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10월 6일
3분 분량

얼마 전 진료실에서 한 환자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선생님, 제 병을 SNS에 올려도 될까요, 아니면 숨기는 게 나을까요." 의학적으로 답이 정해진 질문이 아니었다. 이 질문 앞에서 나는 오히려 되물었다. "그걸 올리면 환자분 마음이 더 편해질 것 같으세요?"

몸은 쇠약해져도 마음은 또렷하다

ALS는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을 서서히 망가뜨리는 병이다. 걷는 것, 삼키는 것, 움직이는 것이 하나씩 어려워지고 결국 호흡 근육까지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이 병의 특징 중 하나는 신체 기능이 무너지는 동안에도 인지와 의식은 대체로 또렷하게 유지된다는 점이다. 환자는 자신의 몸이 조금씩 멈춰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또렷한 정신으로 지켜봐야 한다.

이 때문에 환자는 다른 질환에서는 잘 겪지 않는 독특한 고민을 떠안는다. 바로 자신의 투병 과정을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여줄지, 아니면 아예 보여주지 않을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감정 조절도 쉽지 않다. 이유 없이 웃거나 울음이 터지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고, 병의 무게감 때문에 우울감을 느끼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일부 환자는 불치병을 지닌 사람이라는 낙인을 스스로 의식해 사회와의 접촉을 줄이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기존 진료실에서는 다뤄지지 않던 질문

SNS 공개 여부는 치료 계획이나 진료 지침의 영역이 아니다. 그래서 정작 이 고민을 의료진과 터놓고 상담할 기회가 거의 없다. 만성질환자의 SNS 이용을 조사한 한 연구에서는 흥미로운 간극이 드러났다. 환자들은 동료 환자의 경험 공유와 정보 접근을 주된 이점으로 꼽았지만, 인터뷰에 응한 의사들은 대부분 SNS 이용에 회의적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퍼질 위험과 기존 의사-환자 관계가 흔들릴 가능성을 더 걱정한 것이다.

염증성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른 질적 연구도 비슷한 지점을 짚었다. 수많은 환자가 SNS에 민감한 개인 건강 정보를 일상적으로 올리고 있지만, 그 정보가 어떻게 돌아다니고 통제 불가능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ALS처럼 신체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질환에서는 한 번 올린 사진이나 영상이 시간이 지나 환자의 뜻과 다르게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가 더 민감하게 다가온다.

임상 메모. ALS 환자의 SNS 공개 여부에 대해 정해진 임상 권고안은 없다. 이는 치료 결정이 아니라 환자 개인의 심리사회적 대처 전략으로 다뤄지는 영역이다.

공개가 가져온 변화, 그리고 함께 남은 위험

SNS 공개가 가져온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는 2014년 아이스버킷 챌린지다. 루게릭병 환자가 본인의 투병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이를 본 한 전직 야구선수가 트위터에 공유하면서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 캠페인으로 2억 달러가 넘는 기금이 모였고, 이 기금은 훗날 ALS 진행을 늦추는 신약 개발로 이어졌다. 연구진 스스로도 이 캠페인이 연구 방향을 잡고 관심도를 끌어올리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다만 이 사례를 두고 "투병 사실을 공개하면 신약이 나온다"는 식으로 단순화해서는 곤란하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수백만 명이 참여한 집단적 사회운동이었지, 한 개인의 공개 여부가 곧바로 연구 성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개별 환자 한 사람의 SNS 공개와 전 세계적 모금 캠페인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실제로 공개의 효과는 양쪽 얼굴을 모두 가지고 있다. 만성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참여자 대부분이 SNS에 친밀감을 느꼈고, 심리적·사회적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응답이 일관되게 나왔다. 반면 일부 환자는 진단과 관련된 세세한 내용까지 지나치게 공유하는 경향을 보였고, 전문가들은 이런 과도한 공유가 위안보다 오히려 우울감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같은 SNS 안에서도 누군가에게는 지지의 통로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담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공개보다 중요한 것은 진료실에서의 솔직한 대화

비교해보면 SNS 공개의 장단점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 공개의 이점: 동료 환자와의 정보 교환, 심리적 지지, 투병 경험 공유를 통한 위안

  • 공개의 위험: 검증되지 않은 정보 노출, 사생활·정보 프라이버시 침해, 과도한 공유로 인한 정서적 소진

  • 비공개의 이점: 사생활 보호, 외부 시선으로부터의 심리적 안정

  • 비공개의 한계: 동료 환자와의 연결 기회 축소, 고립감 심화 가능성

중요한 것은 공개냐 비공개냐의 선택 자체가 아니라, 그 선택을 진료실 밖에서 환자 혼자 짊어지지 않는 것이다.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 대부분이 SNS에서 얻은 정보를 의료진과 함께 논의했고, 그 반응에 만족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SNS를 통해 무언가를 알게 되었든, 공개를 고민하고 있든, 그 고민을 진료실에서 자연스럽게 꺼내놓을 수 있는 분위기가 환자에게는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직 국내 ALS 환자를 대상으로 SNS 공개 경험을 직접 조사한 자료는 충분하지 않다. 그만큼 이 주제는 해외 사례와 일반 만성질환 연구를 참고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결국 각 환자와 가족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판단해야 하는 영역으로 남아 있다.

로뎀요양병원이 함께 지키는 것

로뎀요양병원에서는 환자가 SNS에 투병 사실을 올리든 올리지 않든, 그 선택 자체를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공개를 택한 환자에게는 과도한 노출로 지치지 않도록 곁에서 속도를 조절하고, 비공개를 택한 환자에게는 고립되지 않도록 의료진과 보호자가 그 자리를 채운다. 투병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 선택 뒤에 혼자 남겨지지 않도록 돕는 일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몸은 점점 움직이기 어려워져도,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할지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것. 그 작은 주도권을 지켜주는 것이 로뎀요양병원이 환자 곁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루게릭병(ALS) 관련해 함께 읽어보면 좋은 글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