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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S 부모의 고민, 청소년 자녀 학교에 어떻게 알릴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10월 4일
3분 분량

진료실에서 ALS로 진단받은 중년 환자들이 의외로 자주 꺼내는 이야기가 있다. 치료 계획도 아니고 보조기구도 아닌, 중·고등학생 자녀의 학교 문제다. 아이가 학교에서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거나, 성적이 떨어졌다거나, 담임선생님께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이다.

왜 학교 문제가 진료실까지 들어오는가

ALS는 상위와 하위 운동신경세포가 함께 손상되면서 근력이 점점 약해지고, 말과 삼킴이 어려워지는 퇴행성 질환이다. 다른 만성질환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특징은 진행 속도가 빠르고 변화의 폭이 크다는 점이다. 오늘 할 수 있던 일이 몇 달 뒤에는 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변화는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일상을 흔든다. 특히 청소년 자녀는 부모의 몸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도, 그 감정을 어디에 털어놓아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 연구에서는 ALS 부모를 둔 학령기 아동·청소년이 건강한 부모를 둔 또래에 비해 위축되거나 우울한 모습을 보일 위험이 높게 보고된 바 있다. 물론 이는 모든 가정에 그대로 적용되는 통계는 아니며, 아이마다 반응의 폭이 다르다는 점을 먼저 짚어두고 싶다.

'보호하려고 숨긴다'는 접근의 한계

많은 부모가 자녀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병에 대한 이야기를 최대한 피한다. 학교에도 알리지 않고, 가정 안에서만 조용히 감당하려 한다. 하지만 여러 ALS 지원 단체의 공통된 설명은 이 방식이 의도와 달리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예민하게 집안의 분위기를 읽는다. 부모가 말을 아낄수록 아이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상상하고, 그 상상 속에서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두려움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학교 쪽도 준비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해외 ALS 환자단체들은 학교 관계자들로부터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요청을 꾸준히 받아왔다고 밝힌다. 즉 자녀에게 병을 설명하는 방법에 대한 자료는 어느 정도 쌓여 있지만, 정작 '학교에는 무엇을, 어디까지 알려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 안내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영역이다.

학교에 알리는 것, 실제로 어떻게 하는가

해외 사례를 보면 접근 방식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한 질적연구에 따르면, 다수의 부모가 자녀의 학교에 직접 가정 상황을 알렸고, 일부 경우에는 자녀 스스로 담임선생님이나 학급에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누가 알릴지는 가족마다 선택이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학교가 자녀의 발달과 적응을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구체적으로 권장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 담임교사나 학교 상담 담당자에게 진단 사실과 가정 상황을 미리 알린다

  • 자녀가 부모의 질병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를 학교 쪽과 공유한다

  • 알리는 주체를 부모로 할지 자녀 본인으로 할지는 자녀의 의사를 반영해 함께 정한다

  • 학교가 어떤 방식으로 자녀를 지원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논의한다

캐나다의 한 ALS 지원단체는 아예 학교 교직원을 위한 별도 안내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교사들이 ALS를 가진 부모를 둔 학생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질병이 진행되는 동안은 물론 그 이후까지 어떻게 지지할 수 있을지 제안하기 위해서다. 이 자료는 학생이 불안과 상실감을 관리하느라 또래 관계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짚는다. 다만 이런 자료는 아직 국내 학교 현장에서 특화된 형태로 만들어진 것은 확인되지 않아, 해외의 참고 사례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임상 메모. 학교에 알린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효과는 담임교사와 학교의 준비 정도에 따라 차이가 크다. 다만 아무것도 알리지 않은 채 아이 혼자 변화를 감당하게 두는 것보다는, 최소한의 맥락이라도 학교와 공유해 두는 쪽이 아이를 덜 외롭게 만든다는 점은 여러 자료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아이의 신호를 함께 지켜보는 체계 만들기

학교에 알린 뒤에도 끝이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미국의 한 지역 ALS 단체는 자녀에게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몇 가지를 제시한다.

  •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스스로 거리를 두는 모습

  • 학업 성취의 갑작스러운 변화

  • 불안, 슬픔, 짜증이 평소보다 늘어나는 것

  • 수면이나 식욕의 변화

이런 신호가 보이면 학교 안의 상담 자원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국의 경우 초·중·고등학교에 설치된 Wee클래스가 대표적이다.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학생이 직접 신청하거나 학부모 또는 담임교사를 통해 의뢰할 수 있으며 비용은 들지 않는다. 다만 상담 내용은 원칙적으로 비밀이 보장되지만, 학생에게 심각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안전을 우선해 담임이나 보호자에게 내용이 전달될 수 있다는 예외가 있다는 점도 함께 알아두는 것이 좋다.

임상 현장에서 생각하는 것

ALS 진료팀의 역할은 환자의 호흡과 영양, 거동만이 아니다. 환자가 가장에서 자녀의 양육자이기도 하다면, 그 자녀가 학교에서 겪는 출결이나 학업 문제가 사실은 집안의 질병 상황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담 과정에서 사회복지사나 지역 환자단체와 연결해, '학교에 어떻게 알려야 할지 막막하다'는 고민을 함께 풀어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알릴지, 무엇을 알릴지를 자녀와 함께 정하는 과정 자체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보다, 자녀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스스로 이야기하고 싶은지 아닌지를 먼저 물어보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로뎀요양병원이 함께 보는 것

로뎀요양병원에서는 환자의 신체적 돌봄만큼이나, 그 가족이 겪는 일상의 변화에도 귀를 기울이려 한다. 자녀의 학교 문제로 막막해하는 보호자를 만나면, 어떤 식으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필요한 경우 지역 상담 자원을 안내한다. 질병은 가족 전체의 삶을 통과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가 혼자라고 느끼지 않도록 작은 다리를 놓아주는 일, 그것이 우리가 환자 곁에서 계속 해나가고자 하는 역할이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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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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