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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S 위루관(PEG) 삽입, 언제 결정해야 늦지 않을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28일
4분 분량

진료실에서 위루관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의 보호자는 같은 표정을 짓는다. 아직은 밥을 씹어 삼킬 수 있는데 왜 벌써 그런 결정을 해야 하느냐는 표정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코호트 자료를 보면, 바로 그 '아직은 괜찮다'고 여기는 구간에서 환자의 기능이 가장 빠르게 무너진다.

삼킴장애, ALS에서는 왜 피해갈 수 없을까

ALS 환자 대부분은 병이 진행하면서 구마비 증상, 즉 혀와 목 주변 근육의 약화를 겪는다. 삼키는 힘이 약해지면 음식이나 물이 기도로 잘못 넘어가는 흡인이 반복되고, 이는 흡인성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호흡근도 함께 약해지기 때문에 기침으로 이물질을 밀어내는 힘조차 떨어진다. 그래서 위루관, 즉 PEG(경피적 내시경 위루술) 삽입은 삼킴 기능과 호흡 기능 두 가지를 함께 저울질해야 하는 결정이다.

문제는 이 결정을 언제 내려야 하느냐다. 너무 이르면 환자 입장에서는 아직 입으로 먹을 수 있는데 왜 배에 관을 뚫어야 하느냐는 저항감이 크고, 너무 늦으면 체중이 이미 많이 줄고 호흡 기능도 떨어진 상태에서 시술 자체의 위험이 커진다.

기존 기준의 한계, '언제'에 답할 근거가 부족하다

솔직히 말하면 '몇 % 체중이 빠지면', '폐활량이 얼마 이하로 떨어지면' PEG를 해야 한다는 식의 명확한 답은 없다. 코크란 리뷰에 따르면 ALS 환자를 대상으로 영양관 삽입 시기와 경구 섭취 지속을 비교한 무작위 대조 시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환자에게 일부러 관을 늦게 삽입해 결과를 비교하는 연구를 설계하는 것 자체가 윤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제 지침들은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경장 영양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신경학회(AAN)와 유럽신경학회연맹(EFNS)은 오랫동안 폐활량(FVC)이 예측치의 50%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PEG를 삽입할 것을 권고해 왔다. 국내에서 통용되는 가이드라인도 비슷한 방향을 제시한다. 하지만 두 지침 모두 이 시기를 뒷받침할 충분한 데이터는 없다고 스스로 명시하고 있다. 즉 우리가 진료실에서 쓰는 기준선은 '가장 안전할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이지, 절대적인 마지노선은 아니라는 뜻이다.

권고 시점과 실제 시행 시점 사이, 가장 빠르게 나빠지는 구간

최근 한양대 서울병원에서 한국인 ALS 환자 188명을 분석한 코호트 자료는 이 문제를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준다. 체중이 10% 이상 줄거나 ALSFRS-R 점수 중 삼킴 항목이 2점 이하로 떨어지는, 이른바 '권고 시점'은 증상 발생 후 중앙값 22개월에 찾아왔다. 그런데 실제로 PEG가 삽입된 시점은 그로부터 8개월이 더 지난 중앙값 30개월이었다.

이 8개월의 지연이 그냥 지나가는 시간이 아니라는 점이 핵심이다. 같은 연구에서 이 구간의 ALSFRS-R 점수는 한 달에 1.7점씩 떨어졌는데, 이는 증상 발생부터 진단까지(월 0.8점), 진단부터 권고 시점까지(월 0.7점), 그리고 PEG 시행 이후(월 0.6점)의 어느 구간보다 빠른 속도였다. 결정을 미루는 동안 환자의 몸은 가장 가파르게 약해지고 있었던 셈이다.

임상 메모. 환자와 가족이 '아직은 괜찮다'고 느끼며 결정을 미루는 그 기간이, 실제로는 기능이 가장 빠르게 무너지는 구간과 겹친다는 점을 진료 중 자주 설명하게 된다. 결정을 미루는 것과 상태가 안정적인 것은 다른 이야기다.

폐활량 50% 기준, 절대적인 선이 아닐 수 있다

전통적으로 FVC 50% 미만에서는 PEG 시술 위험이 커진다는 후향적 연구가 지금의 권고안을 만들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되는 자료들은 이 기준에 조금씩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일부 연구는 FVC 30% 미만에서도 위루술이 안전하게 시행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26년 발표된 캐나다 코호트 연구는 아예 FVC와 위루술 후 부작용 발생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었다고 결론지으며, 전통적인 50%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진단 후 12~24개월 사이에 PEG를 시행한 경우 생존 확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PEG 시행 당시 FVC가 40% 미만이었던 경우에만 생존 확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즉 '몇 %냐'보다 '얼마나 늦게 했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일 수 있다는 뜻이다.

  • PEG(경피적 내시경 위루술): 가장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방식

  • RIG/PRG(경피적 방사선 유도 위루술): 호흡 기능이 많이 떨어졌거나 진정이 부담스러운 경우 대안으로 고려

  • 변형 프로토콜: 반좌위 자세, 최소 진정, 비침습 환기 병행으로 고위험군에서도 시술 성공 사례 보고

실제로 시술 전 폐활량이 평균 64±22%로 상대적으로 낮았던 환자군을 대상으로, 반좌위 자세와 최소한의 진정, 필요시 비침습 환기를 병행하는 위험도 기반 프로토콜을 적용해 모든 환자에서 PEG 삽입에 성공했다는 연구도 있다. PEG와 RIG를 비교한 메타분석에서도 두 방식 간 생존 기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호흡 기능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시술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진료 현장에서 갖는 의미

이런 자료들을 종합하면 몇 가지가 분명해진다. 첫째, 체중이 10% 이상 줄거나 삼킴 기능이 뚜렷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그 시점에 PEG를 바로 결정하지 못하더라도 논의는 그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의를 미루는 시간이 곧 기능 저하가 가장 빠른 시간과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FVC 50%는 넘지 말아야 할 절대적인 선이라기보다 '위험 신호'로 이해하는 편이 맞다. 폐활량이 이미 50% 아래로 떨어졌다고 해서 시술을 포기할 필요는 없으며, PEG 대신 RIG를 고려하거나 저진정 프로토콜을 적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런 대안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환자와 가족의 불안을 조금은 덜어줄 수 있다.

셋째, 기능이 아직 남아있을 때 미리 결정해 두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선택지를 넓히는 일이다. 체중과 호흡 기능이 더 떨어지기 전에 시술을 받을수록 시술 방식과 진정 방법을 고를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반대로 상태가 많이 나빠진 뒤에는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줄어든다.

다만 여기서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PEG가 ALS를 낫게 하거나 생존을 무조건 늘려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아직 관련한 무작위 대조 시험 자체가 없어 경구 섭취를 지속하는 것과 비교해 생존이나 삶의 질이 얼마나 나아지는지 명확히 입증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시술 방식과 시기는 신경과, 소화기내과, 호흡재활 전문의가 함께 논의해 정해야 할 문제이지, 어느 한 가지 수치만으로 기계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미리 이야기 나누는 것에서 시작한다

로뎀요양병원에서 ALS 환자와 가족을 만나다 보면, 위루관 이야기를 꺼내는 시점 자체가 이미 늦어버린 경우를 종종 본다. 그래서 우리는 체중 변화나 삼킴 기능의 작은 변화가 나타나는 시점부터, 아직 여유가 있을 때 다학제 논의를 시작하려고 한다. 결정을 서두르라는 뜻이 아니라, 선택지가 넓게 열려 있을 때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드리고 싶어서다. 삼키는 힘이 남아있는 지금이야말로,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지켜낼지 함께 그려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때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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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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