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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S 연하곤란 초기 신호, 식사 형태 언제 바꿔야 할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29일
3분 분량

진료실에서 만난 한 보호자는 "아버지가 요즘 밥을 유난히 천천히 드신다"고 했을 뿐, 삼키는 데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자세히 물어보니 식사 시간이 예전보다 두 배 가까이 길어졌고, 국물을 마시다 사레들리는 일이 잦아진 상태였다. ALS에서 연하곤란은 이렇게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진행된다.

서서히 진행되는 구마비, 왜 환자는 모를까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은 팔다리의 근력 저하와 위축, 언어 장애, 호흡 기능 저하가 함께 진행되는 만성 퇴행성 질환이다. 발병 형태는 두 가지로 나뉜다. 환자의 3분의 2 정도는 손이 어눌해지거나 걸을 때 발이 끄는 등 팔다리에서 증상이 시작되고, 나머지는 말이 어눌해지는 구음장애로 시작해 삼킴 곤란과 침 분비 과다로 이어지는 연수마비형이다. 연수마비형은 중년 이상 여성에서 상대적으로 흔하고, 일부 연구에 따르면 팔다리에서 시작하는 척수형보다 예후가 더 나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인후 근육이 약해지면서 언어는 불명료해지고, 삼키는 동작도 함께 둔해진다. 문제는 이 과정이 서서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환자는 조금씩 느려지는 삼킴 속도에 자신도 모르게 적응해 버린다. 실제 한 연구에서는 내시경 연하검사(FEES)로 연하곤란이 확인된 척수형 환자 중 일부가 스스로는 아무 증상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있었다. 환자의 말보다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의 관찰이 더 정확한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초기 신호, 어디서 눈치채야 할까

연하곤란의 초기 신호는 거창하지 않다. 특정 음식이나 음료를 유독 넘기기 힘들어하고, 식사 중 기침이나 사레가 잦아지며, 목에 음식이 걸린 느낌을 자주 호소하는 식이다.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에서도 병이 진행하면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게 되고, 이후 삼킴 기능 장애로 음식을 삼키지 못해 쉽게 사레들고 호흡곤란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연하곤란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선 위에서 서서히 심해지는 문제로 봐야 한다.

  • 식사 시간이 예전보다 눈에 띄게 길어졌다

  • 물이나 국물을 마시다 사레가 잦아졌다

  • 목이나 가슴에 음식이 걸리는 느낌을 자주 호소한다

  • 침을 흘리거나 삼키는 횟수가 늘었다

  • 이유 없이 체중이 줄기 시작했다

임상 메모. 연수마비형 ALS는 초기부터 연하곤란이 흔하고, 척수형 ALS는 병을 앓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연하곤란 빈도가 늘어나는 경향이 관찰된다. 발병 형태에 따라 관찰 시점을 다르게 잡아야 하는 이유다.

기존 관리의 한계, 정해진 답이 없다

안타깝게도 ALS 연하곤란 관리에는 아직 표준화된 임상 지침이라 할 만한 것이 부족하다. 급식관 삽입 시점이나 식이 형태 변경 방식은 병원마다, 담당의마다 차이가 크다. 전문가들은 시간에 따른 연하 기능 변화를 정량적으로 추적하고, 어느 정도의 변화가 '의미 있는 변화'인지를 정의하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요양시설 영역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드러운 식이를 제공하는 기준이나 직원 교육이 충분하지 않아, 근거와 현장 사이의 격차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이 형태, 무엇을 기준으로 바꿔야 할까

연하곤란이 시작되면 음식은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 삼키기 안전해야 하고, 동시에 줄어든 식사량 안에서도 충분한 에너지와 단백질을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IDDSI(국제연하장애식이표준화계획)라는 체계를 통해 음식과 액체의 점도를 단계별로 표준화해 관리하는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도 부드러운 유동식을 소량씩 자주 나눠 먹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권고된다.

다만 식이 형태를 바꾸는 일이 단순히 '먹는 방법'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진 음식이나 퓌레 형태로 식단이 바뀌면 함께 식사하는 자리 자체가 부담스러워지고, 기침과 질식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음식을 거부하거나 식욕이 떨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런 심리적 변화까지 함께 살피는 것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더 중요할 때가 많다.

다음 단계, 위루술(PEG)은 언제 논의할까

식이 조정만으로 체중과 영양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면 경관영양, 즉 위루술(PEG)을 논의하는 시점이 다가온다. 해외 문헌에서는 평소 체중의 10% 이상이 줄거나 노력성 폐활량(FVC)이 예측치의 50%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PEG를 고려하도록 권고한다. 이 수치는 주로 해외 프로토콜에서 인용된 참고 기준이며, 국내 임상 현장에 그대로 적용되는지는 이번 조사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짚어둔다.

한 메타분석에서는 PEG 삽입 시점의 FVC가 50% 이상이면 생존 기간이 유의하게 늘었고, 60% 이상일 때 이득이 가장 컸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다만 같은 연구는 PEG가 ALS의 기능적 진행 자체를 늦추지는 못하고, 체중과 체질량지수(BMI)를 안정시키는 효과에 그친다고도 밝히고 있다. '위루술을 하면 오래 산다'는 단정적인 기대보다는, 영양 상태를 붙잡아 두는 하나의 방법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호흡 기능이 이미 많이 떨어진 환자라면 마취가 필요 없는 방사선 유도 위루술 등 시술 방법 자체를 달리 선택하기도 한다.

임상적 의미, 그리고 함께 걸어가는 길

연하곤란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한 시점을 정확히 맞히는 게 아니라, 변화를 놓치지 않고 계속 관찰하는 태도다. 체중, 식사 시간, 사레 빈도, 호흡 기능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면서 신경과, 재활의학과, 영양사, 언어치료사가 함께 논의하는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어느 한 가지 수치만으로 결정을 내리기에는 환자마다 진행 속도와 형태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이런 변화를 조기에 알아차릴 수 있도록 식사 관찰과 영양 상태 점검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삼킴이 조금씩 불편해지는 시기를 혼자 견디지 않고, 의료진과 함께 다음 단계를 차근차근 준비해 나간다면 환자와 가족 모두 조금 더 안심하고 하루하루를 채워갈 수 있을 것이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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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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