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마약성 진통제, ALS 통증 관리에 써도 되는가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9월 24일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28일

진료실에서 ALS 환자 보호자에게 진통제 처방을 설명하면 가장 먼저 돌아오는 질문이 있다. '이거 마약 아닌가요, 중독되면 어떡하죠.' 통증도 힘든데 약에 대한 두려움까지 더해져 정작 필요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여러 번 지켜봤다. 오늘은 이 오해를 짚어보려 한다.

ALS 통증, 어디서 오는가

ALS는 운동신경세포가 서서히 사라지는 병이다. 병이 진행될수록 팔다리뿐 아니라 몸통과 호흡을 담당하는 근육까지 힘을 잃는다. 이 과정에서 통증은 한 가지 원인으로 오지 않는다. 오래 눌린 자세에서 생기는 관절 구축, 오래 앉거나 누워 있어 생기는 욕창, 갑자기 조여드는 근육경련까지 원인이 다양하다. 병이 말기로 갈수록 통증에 더해 숨이 가빠지는 호흡곤란이 동반되는 경우도 흔하다. 국내 자료에서도 말기 환자의 통증 완화에 진통제와 항불안제가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마약성 진통제를 둘러싼 오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2022년 아편유사제 처방 지침은 성인 외래환자의 통증을 다루며, 겸상적혈구병 관련 통증, 암 관련 통증, 완화의료 및 임종기 치료는 적용 범위에서 제외한다. ALS라는 진단명만으로 모든 통증 치료가 자동으로 제외되는 것은 아니므로, 환자가 받는 진료의 목적과 상황에 맞는 지침을 확인해야 한다. CDC 2022 · 적용 범위

내성, 신체적 의존, 중독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장기간 약물 사용에 따른 신체적 의존이 곧 중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통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중독 위험이 매우 낮다고 단정할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 NICE 완화의료 지침은 치료를 시작할 때 중독에 대한 우려와 부작용을 설명하고, 통증 조절 정도와 부작용을 자주 다시 평가하도록 권고한다. NICE CG140 · 설명과 재평가

완화의료 관점에서 본 아편유사제

진행성·말기 질환자의 통증 관리는 별도의 지침 체계를 따른다. 영국 NICE의 완화의료 강한 아편유사제 지침(CG140)이 그 예다. 이 지침은 아편유사제를 처음 쓰는 환자이거나, 통상적인 통증 사다리 2단계 치료로도 통증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처방 경로를 제시한다. 운동신경원병(MND) 관련 NICE 지침에서도 다학제팀이 진료 시마다 통증과 변비 같은 동반 증상을 함께 논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아편유사제는 통증뿐 아니라 호흡곤란 완화를 위해서도 고려될 수 있다. NICE 운동신경원병 지침은 호흡곤란 완화에 아편유사제를 고려하도록 권고한다. 그러나 2024년 ALS 호흡곤란 체계적 문헌고찰은 관련 연구의 규모와 설계가 다양하고, 아편유사제 근거의 상당 부분이 ALS 이외 질환에서 나온 것임을 밝힌다. 모든 ALS 환자에게 안전성과 효과가 확립됐다는 의미로 읽어서는 안 되며, 호흡 상태와 부작용을 살피는 개별 판단이 필요하다. NICE NG42 · 호흡기능 Filipe 등, 2024 · 체계적 문헌고찰

임상 메모. NIV를 사용하는 ALS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아편유사제를 더 오래, 더 높은 용량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약물 하나에만 의존하기보다 통증과 호흡, 불안 등을 함께 살피는 다면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환자와 보호자가 처방 전에 짚어볼 만한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통증의 원인이 관절 구축, 욕창, 근육경련 중 무엇인지 먼저 구분한다

  • 호흡곤란이 동반된다면 NIV 적용 여부와 효과를 함께 점검한다

  • 약물 시작 초기에 변비, 구역, 졸림, 호흡수 저하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음을 미리 안내받는다

  • 용량 증가가 곧 중독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한다

  • 단일 약제로 조절이 안 될 경우 다학제팀과 병용 요법을 논의한다

다만 여기서 분명히 해둘 부분이 있다. ALS 통증만을 별도로 다룬 대규모 임상시험은 아직 드물다. 지금까지 나온 근거는 완화의료와 호흡곤란 관리 문헌에서 나온 것이 대부분이며, 질적 연구와 코호트 연구, 전문가 합의 수준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아편유사제 하나면 다 해결된다'는 식의 단정은 경계해야 한다. 실제로 아편유사제만으로 증상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아 다른 접근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경우도 보고된다.

다학제 접근이 필요한 이유

ALS 환자는 이미 호흡근이 약해지고 있는 상태일 수 있다. 그래서 같은 약이라도 일반 통증 환자보다 더 신중하게 용량을 조절하고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이는 정해진 수치로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환자 상태를 반복해서 살피는 신경과와 완화의료팀의 판단이 계속 필요한 영역이다. 영국·아일랜드 완화의료학회가 ALS 환자의 장기 인공호흡 중단과 관련해 진정, 증상 조절 강화 등을 포괄적으로 다룬 전문가 지침을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마약성 진통제를 쓸지 말지의 문제는 '위험하니 무조건 피한다'가 아니라, '어떤 환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신중하게 쓸 것인가'의 문제로 바뀌어야 한다. 통증과 숨 가쁨을 참고 견디는 것이 오히려 환자의 남은 시간을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호자들과 자주 나눈다.

로뎀요양병원이 함께 살피는 것

로뎀요양병원에서는 ALS 환자의 통증과 호흡 상태를 신경과적 관점과 완화의료적 관점을 함께 두고 매 진료마다 확인한다. 약물 하나에 의존하기보다 자세 변경, 욕창 관리, 호흡보조기기 적용 여부까지 함께 살피며, 필요할 때는 가족과 충분히 상의해 처방을 조정한다. 통증 때문에 하루하루가 버겁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신호를 참지 말고 담당의와 먼저 나누길 권한다. 편안한 하루를 만드는 일도 치료의 한 부분이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루게릭병(ALS) 관련해 함께 읽어보면 좋은 글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교정 문단 의료 검토: 유재국 · 2026-09-28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댓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