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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체중 감소, 위루술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이유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7월 22일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3일 전

진료실에서 루게릭병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위루술을 꼭 해야 하는지, 한다면 언제가 적기인지 하는 것이다. 체중이 줄어드는 것을 단순히 '입맛이 없어서'로 넘기다가 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여럿 봐왔기에, 오늘은 체중 감소와 삼킴장애를 둘러싼 영양 관리의 골든타임을 이야기하려 한다.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진행되는 병

근위축성측삭경화증, 흔히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이 병은 대뇌 겉질의 상위운동신경세포와 뇌줄기·척수의 하위운동신경세포가 함께 파괴되는 질환이다. 팔다리의 위약과 위축으로 시작해 병이 진행되면서 결국 호흡근까지 침범한다. 연간 10만 명당 1~2명 꼴로 발병하며 50대 후반부터 늘어나고, 남성에서 좀 더 흔하게 나타난다.

말이나 삼킴 기능부터 나빠지는 연수형 발병의 경우, 초기부터 말하기와 삼키기가 어려워지고 혀 움직임이 둔해지며 씹기가 힘들어진다. 삼킴은 음식을 인지하는 단계부터 식도로 넘기는 단계까지 여러 과정이 이어져야 완성되는데, 이 중 한 단계라도 무너지면 음식이나 침이 기도로 잘못 들어가는 흡인이 생긴다. 실제로 진료실에서는 물처럼 묽은 액체를 마실 때 사레들리는 증상이 삼킴장애의 첫 신호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기존 치료의 한계, 그래서 영양이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아직 루게릭병의 진행 자체를 멈추는 치료는 없다. 세계적으로 쓰이는 리루졸과 에다라본도 증상을 되돌리기보다는 악화 속도를 늦추는 수준의 효과에 그친다. 그래서 체중과 삼킴 관리는 병을 낫게 하는 치료라기보다, 합병증을 막고 남은 시간의 삶의 질을 지키는 지지 치료로 이해해야 한다.

문제는 이 영역의 근거가 아직 충분히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삼킴장애와 위루술에 대한 권고는 비교적 자세히 마련되어 있지만, 하루 필요한 열량이나 영양소 요구량, 식이 조절 방법 같은 다른 영양 측면은 상대적으로 덜 다뤄지고 있다. 실제로 다진 음식이나 걸쭉하게 만든 액체 같은 질감조절식이 오히려 영양불량이나 근감소증, 삶의 질 저하와 연관된다는 지적도 있다. 조리 과정에서 단위 무게당 영양 밀도가 낮아지고, 식욕 자체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식이만 조절하면 안심이라는 식의 접근은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체중 감소, 관찰 지표가 아니라 활력 신호다

유럽신경과학회의 루게릭병 임상관리 가이드라인은 구근 기능과 영양 상태, 즉 체중을 매 진료 시마다 확인하도록 권고한다. 체중을 단순히 '살이 빠졌나 안 빠졌나' 정도로 지켜볼 게 아니라, 혈압이나 맥박처럼 매번 챙겨야 할 활력 신호로 다뤄야 한다는 뜻이다.

여러 가이드라인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기준이 있다. 체중이 원래보다 10% 이상 줄었을 때, 그리고 노력성 폐활량이 50% 미만으로 떨어지기 전에 위루술을 검토하라는 것이다. 이 시점을 넘기기 전에 시술하면 수술 위험과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는 게 미국과 유럽 진료지침의 공통된 방향이다. 다만 이 수치는 참고 기준일 뿐, 모든 환자에게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절대 기준은 아니다. 실제 결정은 구근 증상, 호흡 상태, 전신 상태를 종합해 담당 신경과 전문의와 상의해 개별화해야 한다.

임상 메모. 폐활량이 충분히 남아 있을 때 위루술을 시행하는 것이 시술 안전성과 직결된다. 반대로 거부감 때문에 시기를 미루다가 호흡 기능이 더 떨어진 뒤에 시행하면 흡인성 폐렴이 동반되거나 더 복잡한 시술이 필요해져 환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삼킴장애가 시작되면 해야 할 것들

물 마실 때 사레들리는 증상처럼 눈에 띄는 신호가 나타나면, 위루술 결정을 미루더라도 영양사와 언어재활사에게 즉시 의뢰하는 것이 국제 가이드라인의 공통된 권고다. 초기 삼킴장애 관리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함께 시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 식이 상담을 통한 음식·수분 점도 조절 (음식 갈기, 액체에 점도증진제 추가)

  • 고단백·고칼로리 보충제 처방

  • 턱 당기기, 삼킬 때 목을 앞으로 굽히는 등 흡인을 줄이는 자세 교육

  • 상후두 삼킴법 등 언어재활사가 안내하는 삼킴 기법 훈련

국내에서도 흡인성 폐렴을 막고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위루술을 초기부터 고려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호흡 기능을 평가해 호흡재활이나 호흡보조 치료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권장된다. 삼킴장애와 호흡 관리는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같은 시기에 함께 점검해야 할 사안이라는 뜻이다.

위루술에 대한 오해와 실제

많은 환자와 보호자가 위루술을 '병이 많이 진행됐다는 증거'로 받아들여 거부감을 갖는다. 하지만 위루술은 병의 진행을 멈추는 치료가 아니라, 영양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통로를 미리 확보해 체중 감소와 흡인성 폐렴 위험을 줄이는 지지적 조치다. 실제로 적절한 시기에 시행하면 비교적 간단한 시술로 진행할 수 있고, 영양 공급이 원활해져 체중 감소를 막을 수 있다. 사레에 주의하면서 입으로 하는 식사를 병행하는 것도 가능하며, 이후 삼킴 기능이 호전되면 튜브를 내시경실에서 간단히 제거할 수도 있다.

물론 '무조건 빨리 할수록 좋다'는 식의 접근도 경계해야 한다. 결정은 체중 감소율과 호흡 기능, 환자 개개인의 전신 상태를 종합해 담당 의료진과 함께 내려야 하는 문제다.

영양 관리, 마지막까지 지킬 수 있는 것

루게릭병을 진료하다 보면, 병의 진행 자체는 의료진도 환자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체중과 삼킴 기능을 제때 점검하고, 영양사·언어재활사·신경과가 함께 움직이는 다학제 접근을 놓치지 않는다면, 남은 시간 동안 환자가 겪을 불편과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확실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로뎀요양병원에서도 삼킴장애가 있는 환자들의 체중과 영양 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며,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개입이 이루어지도록 돕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병의 완치를 약속할 수는 없지만, 매 순간의 상태를 놓치지 않고 살피는 것만으로도 환자와 가족에게 조금 더 안정된 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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