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ALS 환자의 성격 변화, 전두측두엽치매 신호일까

작성자 사진: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유재국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
10월 14일
4분 분량

얼마 전 보호자 한 분이 '아버지가 ALS 진단받은 후로 갑자기 고집이 세지고 말수가 줄었다'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찾아왔다. 많은 사람이 ALS를 팔다리 힘이 빠지는 병으로만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적지 않은 환자에서 생각과 성격, 언어에도 변화가 함께 찾아온다. 이 변화가 단순한 스트레스 반응인지, 전두측두엽치매로 이어지는 신호인지 구분하는 일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ALS와 전두측두엽치매,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두 가지 병

ALS는 운동신경세포만 망가지는 병이라는 생각이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ALS와 전두측두엽치매(FTD)는 임상·병리·유전학적으로 하나의 스펙트럼을 이루는 질환으로 이해되고 있다. 두 질환은 겉으로는 전혀 다른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뇌 속을 들여다보면 공통된 단백질 이상이 발견된다.

핵심 연결고리는 TDP-43이라는 단백질이다. 뇌에 이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자리를 따라 ALS 혹은 전두측두엽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설명이다. 유전적으로는 C9orf72 유전자의 반복확장이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로 꼽히는데, 가족성 ALS와 FTD가 함께 나타나는 집안의 상당수에서 이 유전자 이상이 확인된다. 다만 같은 유전자 변이라도 발병 나이와 증상 양상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는 점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다.

ALS 환자의 인지기능저하는 사실 새로운 발견이 아니다. 이미 19세기 기록에도 등장했지만 오랫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서야 본격적인 연구 대상이 되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수치를 보면 ALS 환자의 최대 50%에서 FTD에서 관찰되는 것과 유사한 인지·행동 변화가 나타나며, 이 중 약 15% 정도가 실제 FTD 진단 기준을 충족한다. 이 두 수치를 혼동하면 '절반이 치매에 걸린다'는 식의 과장된 이해로 이어질 수 있어 구분이 필요하다.

운동증상만 보던 진료, 무엇을 놓쳐왔나

그동안 ALS 진료는 근력 저하와 호흡기능, 연하기능 평가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인지·행동 변화는 '보호자가 예민해서', '환자가 병 때문에 지쳐서' 정도로 넘겨지기 쉬웠다. 하지만 이는 돌봄 계획 수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변화일 수 있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선별검사인 ECAS는 언어·실행기능·언어유창성처럼 ALS에서 흔히 영향받는 영역과, 시공간·기억처럼 상대적으로 덜 흔한 영역을 함께 평가하는 136점 척도다. 하지만 이 검사만으로는 모든 인지저하 양상을 포착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최근 연구에서 드러나고 있다. ECAS가 포착하지 못하는 사회인지, 시공간, 비언어기억 영역에서도 적지 않은 손상이 발견되며, 이는 기존 검사 결과와 거의 겹치지 않는다는 보고가 나온다.

더 주목할 점은 '경미한' 인지·행동 변화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기존 기준으로는 인지적으로 정상이라 분류된 환자 중 상당수에서 경미한 인지 또는 행동 장애가 확인됐고, 이런 경미한 변화조차 독립적으로 나쁜 예후를 예측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임상 메모. 'ALS 환자 절반이 치매에 걸린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최대 50%는 경미한 인지·행동 변화를 보이는 것이고, 실제 전두측두엽치매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비율은 약 15% 수준이다. 이 둘을 구분해서 이해하는 것이 환자와 가족의 불안을 줄이는 첫걸음이다.

최근 밝혀지고 있는 것들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진행한 코호트 연구에서는 166명의 ALS 환자를 정상 인지, 인지장애, 행동장애, 전두측두엽치매 동반, 기타 치매로 나누어 분석했다. 그 결과 약 42%의 환자가 인지 또는 행동 장애를 보였고, 이 가운데 일부는 FTD형 치매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표본 크기가 크지 않은 일개 기관 자료이지만, 국제적으로 알려진 수치와 큰 틀에서 일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전자 측면에서는 C9orf72 반복확장을 가진 환자군에서 특유의 패턴이 관찰된다.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발병하고 병의 경과는 짧은 편이며, 행동변이형 FTD와 유사한 양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TARDBP라는 다른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는 생존기간이 비교적 길고 인지기능 저하도 드문 경향을 보여, 같은 ALS라도 유전적 배경에 따라 인지 변화의 양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ALS에 FTD가 동반된 경우가 단순히 'ALS 더하기 FTD'가 아니라는 것이다. 순수 ALS 환자군에서는 전반적인 인지기능에 뚜렷한 손상이 관찰되지 않았지만, FTD가 동반된 경우에는 언어 영역에서 오히려 순수 FTD 환자보다 더 큰 손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이는 ALS와 FTD가 결합할 때 독자적인 임상 양상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 ALS 환자의 최대 50%에서 경미한 인지·행동 변화가 관찰된다

  • 이 중 약 15% 정도가 전두측두엽치매 진단 기준을 충족한다

  • C9orf72 유전자 반복확장은 가족성 ALS와 FTD를 잇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다

  • 경미해 보이는 변화도 예후와 관련될 수 있어 선별검사가 권고된다

진료실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ALS 진료에서 운동증상만 평가하고 인지·행동 변화를 놓치면 돌봄 계획 수립에서 중요한 요소를 빠뜨릴 수 있다. 특히 전두측두엽, 두정엽 기능 저하로 인한 신경심리학적 증상은 의사소통 보조기기를 받아들이는 태도, 치료 방향 결정에 참여하는 능력, 보호자가 느끼는 부담의 크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ECAS 같은 인지·행동 선별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권고된다. 국내 타당도 검증 연구에서도 이 검사가 ALS 환자와 일반인을 유의하게 구별해냈고, 인지장애를 가려내는 데 상당히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가족력이 있거나 급격한 성격 변화처럼 비전형적인 양상을 보이는 경우에는 C9orf72 유전자 검사를 고려해볼 수 있으며, 이는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 상담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유전자 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같은 유전자 이상을 가지고 있어도 나이에 따라 발병 여부와 침투율이 달라지고, 임상 양상의 개인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 유전자가 있으니 반드시 치매가 온다'는 식의 단정적인 설명은 현재 근거 수준에서 적절하지 않다.

로뎀요양병원에서 함께 지켜보는 이유

인지·행동 변화는 눈에 보이는 근력 저하보다 알아채기 어렵고, 환자 본인도 가족도 처음에는 '성격 탓'으로 넘기기 쉽다. 하지만 경미한 변화라도 조기에 발견하고 이해하면, 의사소통 방법을 미리 준비하고 치료 방향을 함께 결정하는 과정이 한결 수월해진다. 로뎀요양병원에서는 운동기능뿐 아니라 인지·행동 변화까지 함께 살피며, 환자와 가족이 변화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덜 불안한 마음으로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돕고 있다. 변화를 미리 알아보는 눈이 있다면, ALS라는 긴 여정도 조금 더 차분하게 걸어갈 수 있다.

※ 본 콘텐츠는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루게릭병(ALS) 관련해 함께 읽어보면 좋은 글

로뎀요양병원 안내

이 글은 인천 미추홀구 로뎀요양병원 병원장 유재국(신경과 전문의)이 작성했습니다. 루게릭병(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계 질환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재활을 함께 관리합니다. 진료 안내는 로뎀요양병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댓글


bottom of page